'뭘 해도 능력보다 일이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잘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판단 기준이 모호함에도 우리 경험이 먼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 사실입니다. 중요한 인생사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깊은 우울장애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 하나가 반쯤 넋 나간 얼굴을 하고 들어섰습니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그가 매우 똑똑하고 육감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삶이 이렇게 서로 어긋나기도 하는구나, 젊은 날 저 자신에게 품었던 상념을 문득 떠올렸습니다.
그는 10살이 채 못 되어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유난히 아버지를 따랐던 그에게는 형언하기 어려운 충격이었습니다. 이후 그의 삶은 그의 똑똑함과 무관하게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뛰어난 그의 육감은 늘 좋지 않는 것에만 적중했습니다. 그의 이런 삶에 어머니는 어떤 도움도 주지 않았습니다. 형제자매 또한 어려운 일이 터지면 감내하며 살라고 강권하는 선에서나 개입했습니다. 그를 가장 잔혹한 질곡으로 몰아넣은 것은 사기결혼이었습니다. 배우자의 가족은 의도적으로 그를 속이고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중증 정신장애 상태에 있는 사람과 결혼시켰습니다.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불행과 대결하느라 그의 인생 황금기가 다 날아갔습니다. 어느 정도 수습은 했지만 자신과 삶 자체를 향한 우울감은 갈수록 짙어졌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그가 마지막으로 지니고 있는 소원 하나마저 물거품이 되겠다 싶어 저를 찾은 것입니다. 그가 간절한 눈빛으로 제게 말했습니다.
"제 소원은 세상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는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어둠 보는 눈이 너무 밝아서 아프디아픈 삶을 살아온 그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까요? 다음 숙의를 예약하고 여느 때처럼 나간 어느 날부터 그가 홀연히 소식을 끊었습니다. 만일 지금 세상 어둠 하나가 밝은 하나로 바뀌고 있다면 거기 그가 있는 것은 아닐까, 가끔 그를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