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코의 종교학
(1) 신
시각 포르노 시대의 신은 거대 유일신이다. 거대 유일신은 이미지 장엄이어서 보려고 하지 않아도 보이므로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소미 무한신은 은밀 장엄이어서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으므로 냄새를 풍긴다. 냄새나는, 냄새나서 냄새 맡는, ‘큼큼쟁이’ 신이야말로 참 신이다. 코의 신이다.
(2) 인간
스스로 크다 여겨 거대 장엄을 제유한 거대 유일신 만들어 아바타로 삼았지만 결국 인간은 수탈하는 인간homo rapiens이 되고 말았다. 수탈하는 인간보다 더 알량한 존재가 어디 있으랴. 수탈을 포기해야만 인간은 참 신 세계의 일원일 수 있다. 참 신 세계의 일원은 작아도 알량하지 않다. 작아도 알량하지 않은 인간은 무한한 냄새의 결과 겹 속에 살면서 후각을 따라 흐른다. 코의 사람이다.
(3) 구원
거대 유일신은 눈의 신이다. 눈의 신은 시각 포르노에 중독된 인간을 구원하지 못한다. 시각 포르노에 중독된 인간을 구원할 신은 소미 무한신, 그러니까 코의 신이다. 코의 신은 지각조차 되지 않는 생명후각으로 스며들어 시각 포르노에 중독된 인간과 그 인간에게 착취당한 모든 존재를 구원한다. 구원은 전지전능의 허장성세로 하는 것이 아니다. 작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조그만 냄새를 풍기고 맡음으로써 구원한다. 코의 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