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나 자동차 내부 비밀을 지키기 위해 흔히 선팅을 한다. 선팅은 노출증사회의 반증이다. 가릴수록 관음증은 격화된다.


나는 밤과 새벽에 묵상할 때, 창문을 연다. 창밖은 온갖 나무, 풀, 새, 벌레, 흙, 그리고 드물지만 행인, 때로 눈, 비, 안개, 바람이 살아 움직이는 자그만 산이다. 신들의 영지다. 방에 불을 밝힌다. 나는 신들에게 오롯이 보인다. 신들은 내게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그들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을 뿐이다. 묵상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거나 하루를 시작할 때, 불은 끄되 창문은 꼭 닫지 않고 쪼끔 열어둔다. 잠자는 동안에도 신들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다. 내가 집을 떠나 있을 때는, 내 묵상의 공간이 그 소리와 냄새를 간직해둔다.



나는 신들의 비밀을 보려 욕망하지 않는다. 신들의 아픔과 슬픔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기 위해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일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