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학의 인류사적 공헌은 외과수술, 링거 둘로 집약할 수 있다. 나머지, 아니 저 두 나머지 이외의 대부분은 치료를 표방하지만 증상만 약하게 만드는 ‘백색’ 화학합성물질이다. 물론 뛰어난 진단 기술이 있지만 진단 아무리 잘해도 치료하지 못 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진단기술도 공학기술의 힘이지 그것을 의학 자체로 보기는 어렵다.


백색 화학합성물질은 인간 생명력을 궁극적으로 사막이 되게 할 것이다. 백색의사들이 아무 생각 없이 뿌려대는 진통제, 소염제, 항생제, 해열제, 기타 백색 화학합성물질 대부분인 차단제의 공통 목표는 통증, 염증, 미생물, 열, 그리고 부정적이라고 판단되는 모든 증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증상 자체를 치료해야 할 병으로 보고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그것들은 약이라고 불린다. 과연 증상은 병인가? 과연 백색 화학합성물질은 병을 치료하는가?


증상은 전체 원리에서 보면 병이 아니다. 증상은 병을 알려주는 메시지다. 메시지를 없애는 것이 어떻게 치료인가. 메시지를 들어야 진짜 병을 밝혀낼 것 아닌가. 병은 모른 채, 증상만 없애는 것이 치료일 수는 없다. 기계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증상과 병이 일치한다. 백색의학은 인간을 기계로 보는 일극 패러다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말하자면 기계적환원주의 관점에서 인간을 보기 때문에, 증상 제거를 질병 치료로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 생명의 이치에서 기계적 축은 유기체적 축과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면서 함께 엮인다. 구태여 본지와 경중을 따진다면 후자가 본이고 중하다. 특히 전자로 치우친 폐해가 심각한 오늘 날 상황에서는 이런 역사적 판단이 불가피하다. 백색의학은 도를 넘어 반생명적인 수탈을 자행한다. 백색 화학합성물질은 전 지구적으로 과다 처방되고 있다.


백색 화학합성물질은 시시각각 인간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통증도 염증도 미생물도 열도 생길만한 곡절을 따라 생긴다. 이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망타진하는 것은, 생명이 지니는 불편하지만 생생한 쌍방 소통 운동을 희생하여 편리하지만 파리한 일방 통제 구조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 생명을 돕는다면서 도리어 해코지하는 백색의학의 몽매에 나는 눈감을 수 없다. 녹색으로 배어들고 배어나서 참 평화의 틈을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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