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불안으로 몰아넣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모의 양육태도가 서로 다르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는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집니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엄마가 이랬다저랬다 하면 됩니다. 아이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집니다. 이 둘이 동맹하면 백전백승입니다.


10대 중반인 한 아이가 어느 날 끌려오듯 제게 왔습니다. 처음 몇 주 동안은 찌푸린 얼굴을 한사코 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도끼눈을 뜨고 한숨을 쉬며 다리를 떨었습니다. 시종 툭툭거렸습니다.


어머니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학교 공부는 고사하고 아예 출석을 하지 않아 퇴학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사춘기 아이가 흔히 하는 반항행위 전형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홀로 먹고 홀로 돌아다닙니다. 수시로 집을 나갔습니다. 가족 어느 누구에게라도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아이는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자수성가형 부자입니다. 매우 이성적이며 공격적이었습니다. 대화보다는 지시에 능했습니다. 오만하지 않으나 자부심이 강했습니다. 어머니도 결혼 전에는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전문직업인이었습니다. 매우 감성적이며 포용적이었습니다. 직관과 순발력이 뛰어났으며 즉흥적이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에게는 강력한 단절 감정을 지녔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맹목적 연속 감정을 지녔습니다. 후자는 복잡·미묘합니다. 연속성에 신뢰가 결락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마다 아이는 대처를 달리해야 했습니다. 아이의 불안은 점차 발작적 공황으로 터지는 확률을 높여갔습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이는 저를 매개로 부모를 조종하려 끊임없이 시도했습니다. 저를 매개로 아이를 조종하려는 부모, 특히 어머니와 수 싸움을 벌인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도 어머니도 이 상황이 얼마나 병적인지 깨달을 수 없었습니다. 불가피한 불가능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인연은 홀연히 끝나고 말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