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인간 -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 메멘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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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 할머니의 아파트로 가보니 할머니가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자결하려던 때 입은 옷이다. 부모가 묻혀 있는 산소에 간다고 했다. 김 할머니도 나와 따라갔다.

가는 길에 막걸리와 말린 오징어와 향을 샀다. 대구 교외에 있는 언덕에 도착하니 수없이 많은 무덤이 펼쳐졌다. 무덤과 무덤 사이로 새하얀 옷자락을 끌면서 할머니가 걸어갔다. 마침내 사이좋게 나란히 붙어 있는 무덤 두 기 앞에 할머니가 앉았다.

추운 날씨에 새도 울지 않았다. 너무나도 고요했다.

할머니가 “엄마·······엄마·······.” 하고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지막하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나중에는 온 묘지가 울릴 만큼 커다란 소리로 변했다. 10분 넘게 울고 나서 겨우 말을 시작했다.

“엄마, 아버지·······드릴 말씀이 있어요.”

뭘 말하려는 걸까?

“용수가 위안부로 대만에 있었어요.”

이 할머니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무덤을 붙잡고 귀를 갖다 대며 무덤 속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옆에 서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 할머니는 통곡하며 막걸리를 무덤에 뿌리고 오징어를 올렸다.

무덤은 끝도 없이 술을 빨아들였다.(340-341쪽)




느끼는 가슴이 있으나 그저 먹먹할 뿐이다

말할 입도 있으나 오로지 묵묵할 따름이다

끝없이 술 빨아들이는 무덤만큼 큰 슬픔이

어디 있겠나. 백년 한, 천겁 원을 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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