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버스를 탔다. 내가 앉은 바로 앞에 60초반의 남성이 앉아 있다. 다음 정류장에서 그 맞은편에 20초반 여성이 앉았다. 어느 순간 내 눈길이 그 남성의 눈길에 가 닿았다. 그의 눈은 노골적인 음욕을 드러내며 그 여성의 다리를 핥고 있었다.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자리가 불편해선지 여성은 뒷자리로 옮겨 앉았다. 남성은 얼굴을 돌려가면서까지 탐닉을 그치지 않았다. 이 관음 폭력을 막을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여성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찌 보면 모멸감을 안겨줄 수도 있으니 좋은 방법이 아닐 듯했다. 남성에게 충고하는 것도 잡아떼거나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오면 그만이니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나는 가만히 일어서서 남성과 여성의 가운데 섰다. 남성의 눈길을 차단한 것이다. 처음에는 내리려나보다 하고 잠시 앞을 바라보던 남성, 내가 계속 서 있는 것을 보자 표정이 바뀌었다. 얼마 뒤 집 앞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췄다. 내리면서 나는 짐짓 남성을 바라보았다. 남성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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