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 진단과 통계 편람DSM-5가 기분mood장애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정신의학 협회가 우울장애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본질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우울장애는 자기부정증후군으로서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지도 않고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지도 않음으로써 늘 타인의 기준에서 타인의 이익을 위해 파괴적으로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장애입니다. 이 본령에 터하지 않는 피상적 진단으로 우울장애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각종 약물에 시달리다 저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20대 초반 나이에 처음 왔을 때, 그는 자신을 전형적인 중증 우울장애 환자로 굳게 믿었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며 이곳저곳 정신과를 헤매는 과정에서 수없이 들은 병명이었으니 오죽하겠습니까. 거기다 정신과 치료과정 어디선가 자기애성성격장애라는 기분 나쁜 진단 소견을 듣고 격렬하게 반발했던 경험이 더해졌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어떻게 거듭해서 자신을 버렸는지, 아버지가 어떻게 무심히 그것을 방조했는지 세밀하게 묘사했습니다. 친지들이 어떻게 아픈 자신에게 무관심했으며, 심지어 악의적으로 자신을 공격했는지 에피소드별로 드라마틱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들에게 얼마나 힘들여 마음을 열고 다가갔는지, 얼마나 희생적으로 그들에게 잘해주었는지 대비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마치 이 부분을 말하지 않으면 결코 우울장애 환자일 수 없기라도 하듯.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히 아프며, 다른 사람보다 더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받으려 줄기차게 시도했습니다. 그 사실을 무조건 끝까지 지지해주는 완벽한 사람을 찾아 헤맸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그의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그가 그런 질병의 실재를 지녔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수용할 수 없었던 그는 집요하게 저를 공격했습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데 너 뭐냐?”


자신의 아픔을 깃발로 드는 사람은 우울장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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