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인간 -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헨미 요 지음, 박성민 옮김 / 메멘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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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에 집이 있었다.

집 안의 어두컴컴한 곳에 이름이 나카부코라는 마흔다섯 살 먹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도 발병했다. 남편은 1988년 에이즈로 죽었다. 담요와 비누와 설탕을 주자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했다.

당황스러울 만큼 쾌활한 큰딸이 있었다. 서른 살이다.·······이름은 나자차라고 한다. 임신 중이던 1992년에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안내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나자차는·······코코아 색 가슴을 드러낸 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눈을 감은 아기는 가늘게 눈을 뜬 엄마와 새하얀 젖줄기로 이어져 있다.

·······고요하다.

이 갈색 아기도 하루하루 끼니를 이어가는 우리 중 한 명이다. 일손이 없다. 안전한 우유를 살 수 없다. 위험한 모유를 먹여서라도 지금 당장 살릴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이렇게 먹는 순간도 있다. 참 고요하다.(231-232쪽)




먹는다는 일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살아 있기를 희망하는 존재들에게 필연적으로 부과되는 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존재의 치명적인 약한 고리이며 그리하여 먹는 일과 먹이는 일은 도덕적, 미학적 가치 부여 이전에 그 행위 스스로의 위엄으로 순결해진다.”(김선우『김선우의 사물들』17쪽)


읽고 또 읽어도 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문득 프리모 레비 한 대목이 포개져 온다.


모두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을 찾아 삶과 작별했다.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러 곤드레만드레 취하는 사람, 잔인한 마지막 욕정에 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여행 중 먹을 음식을 밤을 새워 정성스레 준비했고 아이들을 씻기고 짐을 꾸렸다. 새벽이 되자 바람에 말리려고 널어둔 아이들의 속옷이 철조망을 온통 뒤덮었다. 기저귀, 장난감, 쿠션, 그리고 그밖에 그녀들이 기억해낸 물건들, 아기들이 늘 필요로 하는 수백 가지 자잘한 물건들도 빠지지 않았다. 여러분도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내일 여러분이 자식들과 함께 사형을 당한다고 오늘 자식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을 것인가?”(『이것이 인간인가』 15쪽)


2013년 1월 25일 올린 『김선우의 사물들』 주해 리뷰 글 일부를 그대로 가져온다. 다시, 읽고 또 읽어도 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되뇔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살며시 두 마디를 더한다.


고요하다. 참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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