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 자연농의 대가와 문화인류학자가 담담하게 나누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명의 길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 지음, 임경택 옮김 / 눌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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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많은 젊은이들은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듯합니다.


이는 살아가는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뜻이지요. 기본 생활에서 벗어났으므로 무엇이 기본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127-128쪽)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다. 진릿값이 1인 명제에 해당한다. 역은 어떤가. 범속한 형식논리에서 보면 진릿값은 1일 수 없다. 정색하고 생각한다. 먹는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먹는다는 것은 좁은 의미의 사食현상을 넘어선다. 사食는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먹는다는 것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받아들이는 것,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타인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 다른 생명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그러니까 생명으로서 살아가는 모든 관계 형성의 한 측면 모두를 아우른다.


아니다. 이런 사유는 통념적인 것이다. 진실은 거꾸로다. 음식이라는 게 본디 다른 생명이므로 최초·근본의 생명 현상은 사食현상이다. 나머지가 오히려 변주며 은유다. 산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이다. 이 명제야말로 진릿값 1을 지닌다.


너무 많이, 너무 맛있게, 너무 쉽게, 너무 함부로 먹어서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 속에는 삶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말이 부분집합으로 들어 있다. 그러니까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에는 인간 삶의 무의미 말고 다른 무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더 무섭고 깊은 어둠, 더 큰 멸절의 블랙홀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 수도 있다.


먹는다는 것은 (더 이상) 우리 삶과 그 조건의 일부가 아니다. 기본이되 기본 너머다. 우리 운명 전체를 움켜쥔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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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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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2 2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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