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 벗을 만나러 나가려는데 바람이 좀 불기에 실크 스카프를 둘렀습니다. 그리고 살짝 지퍼를 올려 톡톡히 매무시했습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실내가 조금 덥다는 생각이 들어 겉옷을 벗을 요량으로 무심코 지퍼를 아래로 잡아당겼습니다. 그런데 지퍼가 내려가지 않습니다. 지퍼가 스카프를 꽉 물어버린 것입니다. 아무리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이며 물린 스카프를 빼내려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벗이 한 마디 했습니다.


“근혜·순실이한테 물린 이 백성 같군 그래!”


그렇습니다.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백성 전체가 물렸습니다. 물려도 독하게 물렸습니다. 차제에 칼 같이 처리하지 않으면 참혹한 종살이를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돈과 권력을 탐하여 그 둘의 이빨 속으로 스스로 기어들어간 자들은 용서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들을 잘라내지 않으면 해방 후 반민족행위자 처벌이 유야무야 되어 오늘에 이른 것처럼 같은 역사는 또 다시 덮쳐올 것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중차대한 역사의 변곡점 위에 서 있습니다.


권력의 표층이 변화를 향해 분주히 움직이는 시늉을 하고는 있으나 근혜는 설정우매의 유체이탈 작전으로, 순실이는 영매다운 야누스 작전으로 아직도 여전히 백성의 피를 빨아대고 있습니다. 진부한 말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그 와중에도 함께 성탄절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 박근혜 일당이 박멸되는 순간까지 우리는 한사코 저 케이크 따위를 입에 대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찬바람 부는 광장에 서서 쓴 소주를 들이키며 청와대를 응시해야 할 것입니다. 언죽번죽 똥 처바르는 조중동의 냄새에 콧날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저는 식당 종업원에게 칼이나 가위를 가져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깝지만 가차 없이 그 물린 부분을 베어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베어낸 부분을 살살 잡아당겨 물린 상태를 풀어냈습니다. 물린 부분이 베어져버린 스카프를 살피니 하트 모양의 구멍이 난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기를 베어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스카프 전체가 망가졌을 것입니다. 저는 그 스카프를 동네 수선가게에 맡겼습니다. 다행히 구멍 난 부분이 끝단과 썩 가까운 부분이라 조금 짧지만 본디 형태를 대부분 유지한 채 요즘도 두르고 다닙니다. 볼 때마다 각별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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