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엄마 젖 맛은 단 한 번도 같을 수 없다. 출산 후 첫날부터 계속해서 맛이 달라진다. 먼저 나오는 젖과 나중 나오는 젖의 맛이 같지 않고 아침과 저녁에 나오는 젖 맛도 다르다. 엄마가 먹는 음식에 따라 젖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조제한 우유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언제 먹어도 맛이 똑같다. 물론 아기가 자궁 안에서 삼키게 되는 양수의 맛 또한 엄마가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맛에 대한 감각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194쪽)
리뷰 <『안녕, 우울증』33-먹고사니즘이 우울을 어찌 알랴>(2016.2.19)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기조우울증의 체취를 여전히 풍기는 제게 딸아이가 '음식 만들기'를 권했습니다. 딸아이는 제 미감의 중용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우리사회를 홀리고 있는 먹방, 그러니까 food porn은 우리의 미감을 향락으로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향락은 놀이의 극단입니다. 본디 먹는 것은 즐거운 놀이와 거룩한 제의가 역설적 일치를 이루는 중용의 시공입니다. ‘먹고사니즘’교는 먹방을 교사해 제의를 추방했습니다. 이 진실에 대한 이해와 미감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으되 놀이에 서투른 아비의 상태를 딸아이가 꿰뚫어보았습니다. 중용 미감을 빚는 음식 만들기가 제게는 놀이를 되찾는 치유이고 사회에는 제의를 되찾는 저항일 것입니다. 언젠가 제가 만든 음식 놓고 그대를 초대할 수 있도록 한 판 놀아봐야겠습니다.
조금 다른 버전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음식을 먹는 일에서도 비대칭의 대칭이라는 세계 진실은 그대로 통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영양과 맛의 둘입니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데서 문제가 생깁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음식문화를 휩쓸고 있는 분위기는 단연 맛입니다. 맛에 집착한 식사 행위는 향락 행위입니다. 향락 행위는 마약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당연히 중독으로 귀결됩니다. 목하 대한민국은 중독제국입니다.
백종원이란 이른바 선생이 선포하는 말씀은 만능간장과 설탕이 창조한 짠맛과 단맛의 신구약성서 아래 모든 맛이 무릎 꿇도록 설복하고 있습니다. 수탈문명은 우리에게 짠맛을 갈구하게 하고, 짠맛은 단맛을 소환합니다. 단맛은 그럴수록 더욱 짠맛에 도취하게 합니다. 악순환입니다. 이 악순환이 바로 황금알을 낳는 닭입니다. 닭 주인이 어디 백종원 따위뿐이겠습니까. 맛있으면 맛있을수록 좋다는 기치 아래 펼쳐지는 온갖 먹방을 꾸리고 뒷돈 챙기는 함감鹹甘(짜고 단 것)의 카르텔 전체가 닭 주인입니다. 닭보다 닭 주인을 잡아야 합니다.
매 순간 달라지는 다양한 맛의 양수와 모유가 시생대에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 인간의 맛 감수성이 제대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인큐베이터 인공 양수, 조제 우유, 기타 모유 대체물, 조제 이유식은 인간의 미각에 치명상을 입힙니다. 근본적으로 산업출산의 수탈적 의료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는 한 인간의 맛감각, 음식 문화는 중독의 노예 신세를 면할 수 없습니다.
성장기 이후 상황도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인간은 각종 인공 첨가물과 조미료가 들어간 온갖 식품의 편향된 미각에 길들여집니다. 제대로 된 음식은 맛없다는 평가 한 마디로 무너집니다. 푸드 포르노로 사람을 잡아들여 특정 미각의 노예로 만드는 식품·외식산업 카르텔을 궤멸시키지 않는 한 인간은 결국 그 먹는 행위로 말미암아 멸망하고 말 것입니다.
어찌할까요? 중독의 제국에서 놓여나려면 음식에서 영양이란 불가결의 요소를 환기해야 합니다. 지금 개나 소나 떠드는 영양학은 좀 더 맛있게 많이 먹게 하려는 미끼에 지나지 않습니다. 맛에 탐닉하지 않고, 맛이 식품·음식 자체가 지닌 영양과 극진한 조화를 이루도록 균형 잡는 일이 필수입니다. 원재료와 양념 사이의 경계와 조화 또한 누락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조리법에서도 맛과 영양의 중용이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역동적 중도에서 우리 맛 감수성은 복원됩니다. 살 길입니다.
먹는 행위의 노예화는 삶 전체의 노예화로 나아갑니다. 지금 우리사회의 부조리한 편향성·획일성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오직 돈 하나로 모든 가치가 수렴되었습니다. 돈 때문에 대통령이 온갖 협잡을 일삼고, 돈 때문에 인민 모두가 병드는 나라로 망가져버렸습니다. 어찌할까요? 민주공화국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인간 공동체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소소하고 미미한 구성원 모두가 평등한 상호소통으로 풍요로워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이른바 대통령은 조건 없이 사퇴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