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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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호르몬은 심장의 호르몬 분비를 유도한다.(179쪽)


온갖 감정이 섞이고 녹아 있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 같은 일체의 정서 상태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는 편협한 뇌 분석 연구라는 시각을 과감히 넘어서 생각해야 가능하다. 오늘날 생리학자들은 ‘heart'라는 이중적인 말이 갖는 범문화적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연구 결과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생리학자들은 인간이 왜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강한 감정gut feeling을 아직 가지고 살아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187쪽)


서구의학 주류는 마음이 뇌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심장도 대뇌와 같이 내분비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른바 심장-대뇌계라는 사유가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통 의학은 오랫동안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심주신명心主神明이라는 표현에 그 뜻이 담겨 있습니다. 뇌 개념은 거의 없을 정도로 약했다가 근세에 들어서면서 뇌주신명腦主神明설이 등장할 만큼 내용이 확충되었습니다.


이런 단순한 대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매우 흥미롭고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은 정신, 특히 감정의 각 양태를 이른바 오장五藏(해부학적으로는 五臟)에 배속했습니다. 간-분노, 심-기쁨, 비-생각 많음, 폐-슬픔/근심, 신-놀람/두려움. 그리고 이 이부裏部(깊은 곳)의 장에 각각 표부表部(얕은 곳)의 부腑와 짝을 지웠습니다. 간-담, 심-소장, 비-위, 폐-대장, 신-방광. 이 이론의 정확성 여부와 상관없이 정신을 육체의 장부 기능 전반과 연결시켰다는 점에서는 서구의학 주류보다 진실에 가까운 사유체계입니다.


사실 인간이 진화를 통해 매우 복잡한 시스템이 되었지만 간단히 도해하면 긴 대롱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롱의 안쪽은 소화기관이고 바깥은 피부입니다. 그 사이에 심부 장기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소화기관과 피부는 본질이 같습니다. 여기서 정보와 에너지의 전달체계가 진화해 간 것이니 자율신경-중추신경은 모두 장-피부신경의 자손인 셈입니다. 마음 또는 정신은 뇌에만도 심장에 만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 전체에 아니 심지어 몸의 일정 정도 바깥까지 마음 또는 정신은 통전統全의 운동으로 존재합니다.


이 맥락에서 본다면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강한 감정gut feeling”이라는 번역은 오역입니다. 원문을 모르므로 무엇이 어찌 잘못된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불가능하지만 gut feeling은 분명히 소화기관 상태가 감정을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사실을 담은 표현입니다. 실제 예를 들면 저간의 실험을 통해 장내세균총의 균형 파괴가 각종 정신장애와 연관되는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진실의 전경이 언제 어떻게 그 모습을 드러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편협한 뇌 분석 연구라는 시각을 과감히 넘어서 생각”하지 않으면 사랑을 포함한 인간의 마음 작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일부가 치명적으로 중요하다는 말과 그래서 그게 전부라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뇌는 마음에서 치명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뇌인 것은 아닙니다. 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발뒤꿈치 세포 하나하나에 마음이 흐릅니다. 왈 소미심심! 따지고 보면 우리사회의 붕괴상도 이 이치를 우습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박근혜도 최순실도 장시호도 정유라도 김기춘도 우병우도 조중동도 재벌도 새누리당도 검찰도 모두 이 소소하고 미미한 존재의 고귀함에 무지했기 때문에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우매한 짓을 저지른 것입니다.


지난 11월 12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 하나를 썼습니다. 거대한 권력 지존을 향해 소소하고 미미한 민중 100만이 모여 사퇴하라고 외친 것입니다. 저는 그 다음날 고요해진 도심으로 다시 홀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소소하고 미미한 숨결과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문득 한 소녀가 다가와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수능 며칠 앞둔 고3 학생들이 모여 시국선언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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