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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산과의사 - 개정판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평점 :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이 표현되는 방식은 많이 있다. 물론 가장 극적인 자기파괴 행동은 자살이고,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0대 청소년의 자살이다. 그것은 다른 문화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며 오늘날 모든 산업국가에서 사춘기 아이들의 죽음의 주된 원인이다.
·······자살할 위험은 그 10대 아이들이 태어날 무렵에 산과의 역사가 어떤 단계에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출생 시 소생술 사용은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다.·······기계적인 측면에서 분만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들은 자살해도 폭력적인 기계적 수단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질식에 관련된 자살은 출생 시에 있었던 질식 상태 경험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어머니가 출산 시에 특정 진통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약물중독자가 될 위험이 크다·······신경성 무식욕증도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볼 수 있는데,·······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두개 내 혈종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그것은 그 출산이 기계적인 관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자폐증 역시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볼 수 있다.·······겸자를 깊이 사용한 출산, 마취제를 사용한 상태의 출산, 출생 시 소생술 사용, 진통 유도 등이 아주 명백한 요인·······이다.(70-72쪽)
수많은 사람이 산업적 출산에 열광하며 의료적 개입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된 데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습니다. 산모와 아기의 생명 보전이 그 핵심입니다. 생명 보전은 인간의 근본 욕구입니다. 하지만 의료화와 산업화는 이 근본 욕구를 볼모 잡고 편의 극대화의 욕망체계를 급격히 구축했습니다. 자본의 즉자적·자발적 증식 운동입니다.
편의의 극대화가 몰고 온 재앙은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요약됩니다. 사랑하는 능력이 손상된 아이들이 자살하고, 약물에 중독되고, 신경성 무식욕증에 시달리고, 자폐증에 걸립니다. 이것들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다양한 죽임증후군입니다. ‘살림’으로 출발하여 ‘죽임’에 도달한 것입니다. 아니 살림을 기화로 죽임의 판을 짠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는 전 과정, 그러니까 출산 전 관리·출산·출산과 관련된 질병 치료·사망 과정 관리 전체를 산업적 의료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모든 사건들을 토건 식으로 일으켜 장악한 것입니다. 살리는 일도 돈이 되고 병들게 하는 일도 돈이 되고 죽이는 일도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의 근본악입니다.
자본의 근본악 한복판에 우뚝 선 토건의학의 범죄 의료 행태를 발본색원하려면 출산에 개입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봉쇄해야 합니다. 현행 의료 시스템에서 출산 문제를 독립시키고 그 독립된 출산 시스템 아래 생명보전의 특수의료만 담당하는 산과의학 부문을 배치해야 합니다. 이 일은 근본적인 급진 개혁으로서 국가적, 아니 전 지구적 현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이런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언어도단의 실정을 해놓고도 끝없이 협잡질만 일삼는 빙의 권력이 무슨 생각 있어 근본의 일에 머리를 대겠습니까. 절망적인 조건이긴 해도 시민 자신이 저들의 수탈적 토건에 맞서 “개벽출산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산업출산이 일으킨 질병 치유운동을 펴야 합니다. 늘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