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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산과의사 - 개정판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평점 :
·······범죄율과 산과적 개입의 비율에는 상관관계가 있다·······.(67쪽)
·······출산합병증, 소생술, 출산 시 사용하는 마취제, 출산 시의 투약, 진통, 진통 유도, 진통 중의 태아 질식, 제왕절개 분만, 가사상태, 겸자, 흡입분만, 두 개강 내 혈종 등의·······키워드를 통해 우리는 출산 전후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상태들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어떤 식으로 태어났는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교성, 공격성 등, 혹은 달리 표현해서 사랑하는 능력에 관계되고 있다·······.
미성년의 폭력적인 범죄는·······‘타인을 사랑하는 능력 손상’으로 볼 수 있다.·······18세에 폭력적 범죄자가 되게 할 소인들 중에 출산합병증이 들어 있다.(69-70쪽)
자신을 어른으로 전제한 사람들이 아이에 대해 지니고 있는 부박하고 무책임한 통념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 심리적·정신적 상처와 관련된 것은 중첩적 학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연 잔혹합니다. 두 가지만 돋우어 새기겠습니다.
첫째, 생애 초기의 상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 때 어른은 그 상처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밖으로 드러내는 거시 의식에는 없다 하더라도 안에 감춘 미시 의식에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 무지의 소산입니다.
둘째,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가 불쑥불쑥 뛰쳐나와 괴롭히는 경우, 어른은 그 해묵은 상처를 왜 부여잡고 있느냐, 내려놓으라, 다그칩니다. 내려놓으라 한다고 해서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면 어떻게 그 수많은 정신장애가 그 수많은 사람들을 휘어잡고 있을까요.
언어적 표현이 거의 전혀 불가능한 생애 최초시기 기억은 몸 속 깊이 잠깁니다. 드러난 기억이라 하더라도 언어로 펴는 일에 한계가 있을수록 이성·의지의 힘으로 내쫓아지지 않습니다. 상처는 없다, 있다면 내려놓아라, 이 모두 언어적 억지 해결입니다. 언어는 어른의 흉기입니다. 언어적 흉기로 어른이 아이의 침묵하는 상처를 짓이기고 그 위에 새로이 더 깊은 상처를 만들어가는 것이 오늘날 모든 산업 문명의 타락적 본질입니다.
타락한 산과의학의 토건 식 개입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 손상’이 일어난 아이는 필연적으로 범죄와 질병의 노예가 됩니다. 저자는 산과의사로서 이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증명하고 예방하는 일에 매진해왔습니다. 가장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거장입니다.
저는 산과의사가 아닙니다. 물론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회를 변혁해가는 큰 틀의 운동에서라면 같겠지만 저자와 똑같은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제게라면 이미 범죄와 질병에 사로잡힌 피해자의 고통에 참여하고 함께 치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일 것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아뜩 무인지경입니다. 태아기부터 생후 만1년까지 시생대 아기의 몸에 각인된 상처를 대체 어떻게 무엇으로 치유를 한단 말입니까. 여태까지 제가 해온 방식으론 어림없습니다. 정녕 제 앞에 생의 마지막 토굴이 텅 기다리고 있습니다. 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