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무렵, 아내가 손톱에 물 들인다며 친정집에서 봉숭아 화분을 하나 가져다 놓았다. 처음에 무심코 지나쳐 몰랐는데 가운데 커다란 대궁을 지닌 것 먼 발치에 피하듯 바깥으로 기운 몸을 지닌 작은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무젓가락으로 지지를 해주었다. 가운데 것이 쭉쭉 자라며 꽃을 피우는 동안 기를 못 편 채 안간힘으로 버티던 작은 것이 어느 날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고개를 갸오뚱 하는 사이 가운데 것이 급작스럽게 쇠락해갔다. 중심이 속절없이 스러진 뒤 변방은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