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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질문 -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ㅣ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그리스도교가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스스로 제시하고자 한다면, 극복해야 할 여러 문제들 중 하나가 바로 ‘여성의 지위’에 관한 것이다.·······
·······예수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긴박하고 중요했던 십자가 처형 과정과 부활의 현장에는, 베드로을 비롯한 모든 남자 제자들이 아닌 한 여인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 여인이 바로 ‘막달라 마리아’다. 복음서가 남성주의적 문헌임에도 불구하고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숨어 있는 수제자로 스스로 빛을 발한다.(259쪽)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시간에 섬광처럼 등장해 모든 사건을 진두지휘한다. 그녀는 예수의 삶과 그리스도교 발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장면, 즉 예수의 처형, 예수의 장례, 그리고 예수의 부활의 순간을 모두 목격한 유일한 여인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때까지 따라다니던 예수의 제자들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제자들의 부재는 ‘막달라 마리아’의 등장으로 대치된다.(268쪽)
880번째 2014년 4월 16일인 2016년 9월 11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광장 분향소 앞을 지나가던 장년 여인 둘이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여긴 무슨 초상집 분위기네?”
“아, 그 왜 세월호 있잖아······.”
“지겨워!”
“내 말이!”
이들의 대화를 듣지 못한 유가족 여인 한 분이 웃으며 다가와 노란 리본을 건넵니다. 둘은 불쾌한 듯 손을 내저으면서 황황히 거기를 벗어납니다. 짧지만 극적인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제 감정은 순식간에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그 두 여인이 매우 특별히 이상하거나 나쁜 심성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시민일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순간 그들의 언행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인간적 악취는 ‘아니, 저것들이 대체 인간이야?’ 라는 말을 내뱉게 만들고야 맙니다. 미상불 그들도 엄마일 터입니다.
저 보통 아주머니들을 그악한 사이코패스 상태로 만든 것은 입만 열면 적반하장의 공격, 협잡, 훈계를 늘어놓는 가부장적 권력과 ‘찌라시’ 언론입니다.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은 것인데 대통령이 사과하고 보상까지 두둑이 해줬으면 됐지 계속 저러는 걸 보니 빨갱이가 분명하다, 뭐 이런 언어도단에 놀아나도록 세뇌시켰으므로 여간해서는 진실이 따로 있다는 일말의 의문조차 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땅의 여인들은 스스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스스로 깨달아 스스로 광화문에 와서 세월호 엄마에게 질문해야만 합니다.
“여인아, 왜 울고 있느냐? 누구를 찾느냐?”
권력에게 새끼를 앗긴 여인이 왜 우는지 몰라서 묻는 것 아닙니다. 누구를, 무엇을 찾는지 몰라서 묻는 것 아닙니다. 이 땅의 여인들이 울고 있는 여인에게 묻는 것은 그 질문이, 그에 대한 답이, 남성가부장 구원자에게서 나오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막달라 마리아 선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