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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질문 -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ㅣ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예수는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므로 삶에 있어 의식주의 해결보다 근본적인 임무인 “신의 나라”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신이 요구하는 의”를 행하라고 주문한다.
‘신의 나라’는 신의 뜻이 널리 그득 찬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서 ‘나라’는 장소가 아니라 어떤 원칙이 지켜지는 경지를 의미한다. 신의 원칙은·······“신이 요구하는 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의’란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옳은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적 삶에서 벗어나 이웃과 자연에 대한 자비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49쪽)
어느 날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 가까운 지인이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기에 제가 얼른 화제를 바꾸려 했습니다. 그러자 괜찮다는 표정을 지은 것은 의외로(!) 딸아이였습니다. 딸아이가 정색하고 물었습니다.
“생명이 1년 남았다면 뭐 할 거야?”
딸아이가 제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대답했습니다.
“온 나라를 떠돌면서 강의할 거야.”
딸아이는 과연 아빠답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내 공감의 뜻을 전했습니다. 저는 이 대화를 끝내고 나서도 한참을 그 여운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제가 무슨 내용의 강의를 할 것인지 딸아이와 아내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제가 “자기중심적 삶에서 벗어나 이웃과 자연에 대한 자비의 마음을 갖는 것”에 대해 말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신의 나라”라 하든, 바리데기사상이라 하든, 원효철학이라 하든, 정치경제학비판이라 하든, 인문한의학이라 하든 결국은 같은 이야기일 테니 각자 버전으로 이해하고 수긍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카르텔로 귀결된 인류 타락의 대헌장은 강고한 “자기중심적 삶”을 총강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것을 떠받치는 두 기둥은 물론 돈과 권력입니다. 돈이 사람의 근본이고 권력이 사람의 기품인 세상을 만듦으로써 그 타락은 구원으로 둔갑했습니다. 신문을 펴도, TV를 켜도 나오는 모든 것이 돈과 권력 이야기입니다. 극소수의 과두가 민주주의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이웃과 자연에 대한 자비의 마음”을 우스개로 만들어 돈과 권력을 독식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돈과 권력 이야기는 다시없는 막장드라마입니다.
이 아수라 지옥 한가운데서 예수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이웃과 자연이 돈과 권력보다 소중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물론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입니다. 우리 곁에 있는 아프고 슬픈 이웃이 예수임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우리 곁에 있는 푸르고 너른 자연이 하느님임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공포와 탐욕, 그리고 무지의 얼룩을 닦아낼 한 소식 전하기 위해 이제 일어서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