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건강·의학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한의원에 간단한 치료 받으러 오는 환우들 입에서도 인터넷 검색해보니 뭐가 어떻다더라, TV에서 이렇게 말하더라, 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대부분 잘못된 것입니다. 대중매체들이 편집 의도에 맞추어 부분적 사실만을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시금치가 어디 어디에 좋다고 떠드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 하루에 얼마를 먹어야 그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은 대개 없습니다. 아마도 그런 호들갑에 맞추려면 하루에 시금치 스무 단은 먹어야 할 것입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유언비어가 술 이야기입니다. 술 마시면 간암 걸린다는 이야기는 이미 통설, 아니 진리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얼마나 마시면 그리 될까요? 어느 일본 의학자 연구에 따르면 매일 소주 3병씩 7년을 마시면 간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실 분을 위해 우리나라 책 한 부분 인용해드립니다. 민영일·정훈용 공저 『복통의 진단학』 303쪽에 이런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여러 의학적 임상실험들에서는 하루에 80mg 이상의 알코올을 마시는 사람을 상습 음주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을 일반 술로 계산하면 6% 맥주 8캔, 12% 포도주 1L, 80proof(=40%alcohol) 위스키 230cc에 해당한다.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거의 충격에 가까운 내용입니다. 말이 쉽지 맥주 8캔이라니·······상습 음주자라고 해서 모두 간암에 걸리는 것도 아니려니와 아니 할 말로 암에 걸리려 기를 쓰고 마시는 경우가 아닌 한, 술이 간암의 원인이라는 말을 그리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는 정보 전달 아닌 겁박에 가깝습니다. 미국의 세속적 청교도주의가 퍼뜨린 대표적 스캔들입니다.


우리가 이리도 쉬이 잘못된 이야기에 휘말리는 까닭은 건강을 ‘닥치고’ 지선至善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건강해서 나쁠 리야 있겠습니까만 문제는 건강이 자본의 꼭두각시로 영락했다는 사실입니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자본이 전방위로 깔아놓은 소비의 주단을 즈려밟고 가야만 합니다. 소비의 주단이 깔린 건강의 길은 결국 자기 수탈로 돌아가는 뫼비우스 띠 같은 것입니다. 탐욕의 악순환을 끊고자 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득 의심줄을 낚아채는 마음입니다.


“참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건강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지금 그리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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