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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평점 :
과도한 성과의 향상은 영혼의 경색으로 귀결된다.(66쪽)
“당신의 소유가 증가하면 할수록 당신의 존재는 줄어들 것이다.”_칼 마르크스
제게는 아주 돈이 많은 제자가 하나 있습니다. 새해 맞으면 청와대에서 연하장이 날아올 정도의 부자입니다.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돈이 많아지니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자꾸 없어집니다, 선생님. 없어지는 대상에 저도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그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얼굴 못 본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가 가난한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제게 와서 밥도 먹고 교통비도 받아갔습니다. 부자가 되고 나서는 돈을 꾸러 온 친구에게 ‘내가 은행이냐?’고 했답니다. 돈이 많아지니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자꾸 없어진다는 말의 뜻을 문득 깨닫습니다. 그는 돈으로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아라한은 구름 아래로 내려오지 못합니다.
인간 영혼의 말랑함은 홀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과 더불어 삶을 공유할 때 그리 되는 것입니다. 남과 더불어 삶을 공유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본령입니다. 인간으로서 존재하려면 소유를 줄여야만 합니다. 과도한 성과의 향상을 단호히 포기해야만 합니다. 단호한 성과 포기가 말랑한 영혼의 전제입니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_함민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