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상담자에게 말한다는 것은 그저 자기 가슴 속에 있는 고통을 털어놓아 치료 받는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말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로 한정될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말하는 찰나부터 관계 문제, 공동체 문제, 사회 문제, 정치 문제, 영성 문제가 됩니다. 물론 아픈 이가 치유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치유 내용과 방식은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서는 맥락과 지평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확대된 삶의 차원으로 아픈 이가 인도될 때 치료는 온전해집니다.(184쪽)
20대 총선이 경천동지할 결과를 내며 끝났습니다. 가장 많이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본질과 모순된 언어를 전유했던 자들일 것입니다. ‘애국 애민’을 전유한 매판매국 집단이 바로 그들입니다. ‘민주주의’를 전유한 독재 세력이 바로 그들입니다. ‘통일’을 전유한 분단고착 세력이 바로 그들입니다. 권력 이전에 말을 장악하여 승승장구했던 바로 그들입니다.
저들은 오랫동안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시민을 기만하며 권력과 부를 누려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을 것입니다. 오래 전에 망명한 북한군 대좌(계급을 속인 것은 분명하고, 군인이 아니라는 설도 유력.) 이야기를 선거에 맞추어 발표했습니다. 탈북을 기획해서 대대적으로 선전해댔습니다. 그래도 참패했습니다.
말은 말한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좀 더 정확히는 말한 사람이 자기가 한 말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말이 거짓이면 거짓으로 귀결됩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짓말로 점철된 이 땅 권력자의 얼굴, 그 개인적인 삶, 그가 이끄는 집단, 그가 통치하는 국가를 보십시오. 말이 진실이면 진실로 귀결됩니다. 저들을 심판한 시민들을 보십시오. 과연 그렇지 않습니까.
서구 정신의학과 임상심리학의 주류는 아픈 사람의 진실 전체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성적 분석으로 도출된 일부의 진실에 아픈 사람을 우겨넣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책임을 아픈 사람 개인에게 돌립니다. 그의 가족, 그가 속한 사회, 그를 통치하는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이것은 의학이 전유한 거짓 언어 체계가 빚어내는 거짓 치료입니다.
대화 또는 상담, 그러니까 말로 마음병을 치료할 경우 이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땅의 치료자 대부분은 여기에 무지합니다. 알고도 무시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치료자 대부분의 사회정치적 성향이 보수, 아니 수구적이니 말입니다. 그들의 염두에는 개인만 있을 뿐 공동체는 없습니다. 그들의 언어에는 공동체 책임을 묻는 정치경제학 비판이 없습니다.
이번 총선의 심판에는 세월호사건 심판이 포함되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사건 자체의 진실 규명은 심판의 대전제입니다. 사건 자체의 진실은 정치경제학적 맥락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밝혀내 정치경제학 비판으로서 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이 치료를 생략한 그 어떤 치료도 결국은 거짓입니다. 내일 모레면 732번째 2014년 4월 16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