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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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약만으로 쉽게 낫는 병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라고 말하는 의도 가운데 매우 악의적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감기 정도의 병이기 때문에 약만 먹으면 쉽게 낫는다는 이야기에는 병의 깊은 본질을 은폐하려는 의도 말고도 약만으로 우울증에 대처하겠다는 서양 정신의학의 정치적 계산과 제약회사의 상업 전략이 맞물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서양 정신의학은 프로이트의 강을 건너 뇌 과학의 땅으로 들어오면서 마음을 뇌의 산물로 보는 신화 과학에 투항한 듯합니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도 뇌신경을 조절하는 약물만 쓰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신앙고백입니다. 여기에 제약회사의 상업 전략이 결합하면서 아주 가공할 만한 음모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웬만하면 모조리 우울증으로 몰아버리는 임상 전술로, 현실화하면 동시에 수천만 아니 수억의 사람에게 항우울제를 투여할 수 있으니 승부는 끝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무서운 게 인간입니다. 그 무서운 인간 유형 가운데 의사가 있다는 게 더 무섭습니다.(88쪽)


이미 상식이어야 함에도 여전히 상식 위에 군림하고 있는 사실이 의외로 많습니다. 폴 몰로니의 『가짜 힐링』 몇 군데를 인용하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떤 종류의 정신의약품도 증상을 유발하는 기저의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침으로써 약효를 발휘한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66쪽)


“제약 산업은 지구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산업이다. 우울증 환자는 항우울제 프로작 출시 이후 10년 동안 세 배나 늘었다. 6세 이상의 미국인 10명 중 한 명이 현재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다.·······미국에서는 더 나아가·······향정신성약물들이·······가장 잘 팔리는 의약품으로 등극했다.”(71-72쪽)


“서구에서 환자의 기대수명이 줄어든 질병은, 정신질환이 유일하다.”(88쪽)


이 인용문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해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서구정신의학이 치료제라고 내미는 화학합성약물들은 실제 치료 작용을 전혀 하지 못하고 증상만 억제하는 차단제다. 약 자체로 폭리구조가 창출된다. 그 위에 약이 병명을 창조하고, 병명이 환자를 양산해내는 자본의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향정신성약물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그 결과 정신질환은 예후가 가장 좋지 않은 질병이 되어버렸다.”


고의적·조직적으로 은폐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전문분야 담론이라 치부되므로 사실상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린 진실은 이렇듯 무서운 결과를 낳습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라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항우울제 프로작의 마케팅 전술로 내놓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라는 말이 인류에게, 무엇보다 우울증 환자(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대부분 알지 못합니다. 신식민지 대한민국의 정신과 양의사들은 둘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들도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른 체하거나.


모두 분노해야 할 일입니다.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모두 가만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일어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실제 풍경입니다. 참으로 위장한 거짓말을 전유한 극소수 무리에게 영혼을 빼앗긴 채 끌려가는 절대다수 노예 군상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우울증은 프로작 따위로 치료할 수 있는 단순기계적인 뇌질환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곡절이 있는 질병입니다. 우울증은 서사가 있는 질병입니다. 우울증은 삶의 분리 불가능한 일부입니다. 삶의 한가운데서만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 진실을 깨치지 못하는 한 인류는 우울증을 멸망의 한 요인으로 지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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