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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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옳고 그름의 문제에 예민한 병·······

  우울증 환자가 지니는 자기 부정은 그것만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맞은편에 관념적인 높은 도덕성이 상정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그나마 견디게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자기 모멸감이 깊어질수록 이상의 수준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점점 타협이 어려워지지요. 삶의 수완이 그의 눈에는 타락으로 비칩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현실 삶의 세밀한 부분에서 실수하고 패배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도덕성은 큰 이념에 터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에 약하지요. 현실은 이와 달리 작은 것에 더 가혹할 수 있고, 큰 것에 더 관대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힘은 자연Sein이고, 도덕은 당위Sollen이기 때문입니다.(72-73쪽)


큰일에서 불의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방법은 작은 일에 끼어 있는 의로움을 들춰내어 자신을 위장하는 것입니다. 저들이 큰일에서 의로운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살해하는 방법은 작은 일에 끼어 있는 불의를 들춰내어 뒤통수를 치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의한 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승리해 왔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런 협잡의 재롱잔치판입니다. 대놓고 함부로 구사하는 전략전술이 딱 유치원 수준인데 너무나도 잘 먹히니 말입니다. 나라 팔아먹어도 1번만 찍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고향이 대구라서 그런다는 대답을 돌려보내는 사람들이 난공불락의 기득권 패거리를 짓고 버티니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참 기막힌 나랍니다.


이런 나라에서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만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무조건 이기고 보는 무도한 양아치 세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겨서 힘과 돈을 쥐면 모든 불의를 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고 난 뒤 그렇게 옳고 그름을 뒤집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참 기막힌 나랍니다.


이런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지는 사람이 곧 불의한 사람입니다. 종북이고 좌빨이고 시체팔이고 세금도둑이고 떼쟁이고 혼이 비정상인 사람입니다. 시민이 능동적으로 의로움을 각성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불의를 형성하고 도리어 죄를 뒤집어씌우는 이것은 권력을 들어 시민에게 우울증을 형벌로 가하는 상황입니다. 참 기막힌 나랍니다.


우울증을 형벌로 받은 시민은 그러면 어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죄 없으니 벌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무죄를 석명하려 애쓰면 안 됩니다. 프레임에 말려든 석명은 변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지한 변명은 비참합니다. 시민은 그러므로 더불어 손잡고 놉니다. 노래하며 웃으며 함께 저들의 의로움 코스프레를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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