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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 부정 감정의 독침을 맞은 병·······
·······있는 그대로 현실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지점부터 치유가 일어납니다. 어떤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평가하고 비판하는 틀에 얽매여 있는 한 마음의 병은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아니 도리어 더 굳센 힘으로 옭죄어 듭니다.
부정 감정 에너지만큼 더 큰 힘이 어디 있을까요? 웬만한 이성, 의지를 단 한 방에 쓰러뜨리지요. 게다가 반복되어 일단 습관을 형성하면 더욱 큰 세력으로 자랍니다. 그것은 전천후의 인지 도식이 되어 모든 부정적 생각을 자동으로 일으킵니다. 자기혐오, 수치심, 죄책감, 열등감, 파괴적 희생.
우울증에 휩싸여 고통 한가운데 계신 벗이여, 무엇보다 먼저 이렇게 하십시오. 그대의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고 천천히 말해줍니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원하든 아니든, 인정하든 아니든 그대의 삶에 이미 자리 잡은 우울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 어떤 평가도 금한 채 고요히 고개만 끄덕여주세요. 바로 그 찰나, 우울은 적에서 동지로 변신을 시작합니다.(64-66쪽)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설마 지금 죽겠나.’ 하면서 태평하게(!) 살듯, ‘설마 암에 걸리겠나.’ 하면서 태평하게(!) 살아가는 게 우리 일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인류의 1/3에 가까운 23억이 암으로 투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멸절의 징후입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과학·의학·약학의 눈부신 발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왜 아직 인류는 암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자본이 의·약학과 병원을 점령하여 암을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 직접적 원인임은 물론입니다. 암을 완치하는 의·약학적 기술 개발은 수천 조에 달하는 암 시장을 포기하는 일이므로 자본이 이를 좌시할 리 없습니다. 수술, 방사선, 화학요법 따위로 시장 규모 늘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근본적 원인이 있습니다. 암 증상 자체를 병으로 보고 이를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의학적 인식론의 오류가 그것입니다. 암은 이치상 일종의 방어반응, 아니 어쩌면 자연치유반응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암을 유발한 원인을 찾아 생명의 방어력 또는 자연치유력을 북돋우는 길을 찾는 것이 발본의 치료입니다. 서구의학은 결코 이런 사유에 이르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암은 부정해야 할 어둠이며 적이며 악이며 사탄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오직 째고 자르고 쏘고 차단하는 전투만을 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들의 이런 부정에 대한 비타협적 공격, 긍정에 대한 강박적 집착이 인류를 결국 멸절시키고 말 것입니다.
부정은 세계 진실의 한 축입니다. 부정은 실재입니다. 부정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엄연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데서 모든 문제의 해결이 시작됩니다. 암이라는 부정이 그러하듯 우울증 또한 부정감정의 무한증식이 요체입니다. 우울증은 “자기혐오, 수치심, 죄책감, 열등감, 파괴적 희생” 들과 같은 부정감정이 팽창되어 격정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스스로 그런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고 나서는 그런 자신을 다시 혐오하고, 수치스러워하고, 책망하고, 업신여기고, 희생시킵니다. 무한증식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서양 의학이 우울증을 대하는 자세는 암을 대하는 자세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부정감정을 없애기 위해 약물로 뇌에 화학요법을 쓰고, 긍정주의에 입각한 ‘수술’ 식, ‘방사선’ 식 인지행동요법을 씁니다. 이 요법들이 반생명적이라는 사실은 암에서와 동일합니다. 아픈 사람 스스로의 힘으로 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하려면 이 주류적 방식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긍정주의라는 사기를 거두고 자기 삶에 이미 들어와 있는 부정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비켜서주어야 합니다. 참된 긍정은 긍정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긍정은 부정까지 함께 끌어안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大긍정입니다. 대大긍정이 참 긍정입니다. 참 긍정은 우울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습니다. 무한증식을 막아 본디 모습 본디 규모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우울이 없는 삶은 광기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울과 더불어 사는 삶이야말로 기품 있는 삶일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