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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울증 - 남성한의사, 여성우울증의 중심을 쏘다
강용원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우울증은 다만 하나의 정신적 장애가 아닙니다. 인류에게 드리워진 가장 짙고도 넓은 멸절의 그림자입니다. 사신死神의 전령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의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자기 파괴의 길을 뫼비우스 띠로 비틀어만 준다면 붓다가 말씀하신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 예수가 말씀하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의 길을 열 수 있습니다. 공존과 평화의 지평을 열 수 있습니다. 인류 최후의 과학이자, 종교입니다.(55쪽)
지금 서울 중랑구청에서는 한의대 의료봉사 단체가 두 달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봉사 구조를 처음 만들었고 후배들이 14년째 이어왔습니다. 오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잠시 돌아보고 오느라 택시를 탔습니다. 기사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젊은 여성 승객의 사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5살 무렵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었답니다. 그 상처에 눌려 고통 받던 오빠는 2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요. 며칠 전 퇴근해 돌아와 보니, 그 동안 서로 의지하며 함께 살던 할머니마저 숨져 있었답니다. 외롭고 무서워 집에 들어갈 수 없다면서 요금이 4만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일어서지를 못했습니다. 마침 걱정하던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기에 그 친구 집에 데려다주었지요. 일어서다가 그는 손을 내밀며, ‘제 아빠가 좀 돼주시면 안 될까요?’ 하고 말했습니다. 저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명함 한 장을 건넸습니다.”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저는 기사 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꼭 아빠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게도 그렇게 생긴 딸이 여럿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제게는 환자로 만나 딸이 된 젊은 여성이 다섯이나 있습니다. 지금은 그들의 부모와 아이들까지 돌보며 메타가족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울증이 맺어준 낮은 연대입니다. 죽음의 비탈길로 내려가다 우연히 잡은 손에서 시절인연이 피어난 셈입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따위가 결코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가슴에 스스로 비수를 찔러 넣는 가혹한 질병입니다. 우울증으로 말미암아 인류는 자멸할지도 모릅니다. 우울증에 대한 도저한 알아차림은 이제 불가피합니다. 죽음으로 무심코 이끌려가는 자신을 어느 찰나 알아차리고, 단도직입 스스로 육박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삶 너머가 죽음이듯, 죽음 너머가 삶이라는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깨달음에서 비로소 죽음 너머 삶의 실체가 바로 타자, 그러니까 ‘너’라는 구체적인 진실이 나옵니다. 우울증을 꿰뚫지 않으면 결코 증득할 수 없는 비밀입니다. 엄밀 과학 예서 더는 없습니다. 경이 종교 예서 더는 없습니다.
극진함으로 손 모읍니다. 부디 그 아픈 젊은이가 택시 기사 분에게 연락하기를! 부디 그 택시 기사 분의 딸이 되기를!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