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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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품은 그 자신의 죽음 속에서 보편적인 박동을 듣는 데 있다.·······자신이 파괴되는 순간에조차 완전히 살아 있다.·······“작은 정신”이·······“큰 정신”으로 녹아드는 것과 같다.·······조만간 죽을 것이다.·······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고 그것은 괜찮은 일이·······다.(342쪽)


“강은 여기서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 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은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결말은 늘 아름답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 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었다.


_팀 보울러(『리버 보이』)


강물이 흘러 결국은 바다에 닿는 것과 같이, “작은 정신”이·······“큰 정신”으로 녹아드는 것과 같이 우리의 삶은 죽음에 가닿습니다.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고 그것은 괜찮은 일입니다. 바다가 아름답듯 죽음도 아름답습니다. 조만간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파괴되는 순간에조차 완전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죽음 속에서 보편적인 박동을 들을 때 우리 삶에는 기품이 어립니다. 기품어린 삶이 계속되는 동안 괴로움에 시달릴 일은 없습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 건강한 슬픔에서 우리는 안식을 찾습니다.


기품 있는 삶. 삶의 기품. 아름다운 죽음. 죽음의 아름다움. 이 얼마나 우리가 꿈꾸는 가치들입니까. 그러나 우리가 살고 죽는 현실은 이런 꿈을 가차 없이 짓밟습니다. 특히 오늘 여기 대한민국은 삶일랑 남루하고 추하게, 죽음일랑 비참하고 원통하게 만드는 생지옥 그대로입니다. 국가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사를 어찌 이다지도 모독한단 말입니까. 이 백성이 대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물대포를 맞으며 살아야 하고 침몰시키는 배에 갇혀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 삶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기품을 수탈하지 않는 국가가 보고 싶습니다. 죽음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아름다움을 능멸하지 않는 국가가 보고 싶습니다. 꼭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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