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이야기는 부정을 거부하고 사회적 압력에 저항한다.(140쪽)


국사교과서를 매판독재분단고착세력의 패거리 영웅담으로 단일화시키려는 자들의 준동을 지켜보는 요즘 오백여 일 전 날들의 고통스런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곤 합니다. 그 때도 저들은 의도적으로 일으킨 사건을 단순 사고로 “부정”하였습니다. 그 때도 저들은 진실을 지키려는 시민에게 종북 딱지를 붙여 고립시키는 “사회적 압력”을 조작·유포시켰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저들은 단지 정치를 잘못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닙니다. 저들은 인간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될 범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병적 집착과 거짓으로 자신마저 속이면서 권력과 돈에 탐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들에게는 인문학적 훈육과 사회 의학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는 “부정을 거부하고 사회적 압력에 저항”하는 “좋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좋은 이야기는 바로 이런 진실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알기에 진실인 것을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이 진실은 당신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당신은 그 진실 없이는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당신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고, 당신의 몸이 이미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140쪽)


단 한 글자도 가감하지 않고,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가 이 나라 최고 통치자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의 도입부가 아닙니까. 단 한 글자도 가감하지 않고, 항일의병장의 후손으로 육십년을 가난과 불우로 살아온 제가 일제에 비행기를 헌납한 김용주의 아들로 육십오 년을 떵떵거리며 살아온 김무성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의 도입부가 아닙니까. 저들은 “불편”하기 때문에 한사코 “진실”을 엄폐하려 합니다. 그러는 한 저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협잡질을 계속해도 저들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고,” 저들의 “몸이 이미 그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들이 자기기만을 되풀이하는 그 이상으로 우리는 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야기는 기억입니다. 기억의 본질은 이러합니다.


기억은 책임이다. 왜냐하면 기억이 말해짐에 따라 그것은 목격이 되고 개인을 넘어서서 공동체의 의식에 이르기 때문이다.”(141쪽)


기억의 이야기를 공유함으로써 우리는 “공동체의 의식”을 형성해야 합니다. 이것이 살아 있는 국사교과서입니다. “내가 그것을 살아냈기 때문”에 진실인 수많은 고통의 이야기가 모여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음으로써 변화무쌍한 고요, 안정된 동요, 그 진정한 자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저항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좋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와 우리 새끼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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