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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ㅣ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당신의 삶이 당신이 원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관련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정하고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검토에는 애도가 따를 것이다.(139쪽)
느지막이 걸어서 육십년을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니 “원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삶이었습니다. 성직자가 되려고 스무 살에 법학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한의사가 되려고 서른 살에 신학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인문상담으로 마음병 치료하는 의사 너머 존재가 되려고 마흔다섯 살에 한의학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니 말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결곡히 “검토해야” 하겠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다 잘못되었습니다.
왜 잘못되었을까요? 늘 잘못해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살아온 대로 살아가면 됩니다.
제 삶을 종단으로 살피면 무수한 비틀거림과 삐뚤거림으로 어지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횡단으로 살피면 끊임없는 지평 확대의 행로였습니다. 친구들이 은퇴를 코앞에 둔 시점에야 겨우 한의원 연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방랑하듯 인연 맺은 법학의 사회과학적 마인드와 신학의 인문학적 마인드가 지금 제 상담 언어의 마르지 않는 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다 잘못되었습니다皆非. 다 잘되었습니다皆是. 다 잘못된 제 삶에 애도를 표합니다. 다 잘된 제 삶에 애정을 표합니다. 삶은 역설입니다. 역설인 삶의 비대칭적 대칭성을 깨달으면 긍정과 부정의 아귀다툼, 그러니까 긍정주의와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느지막이 걸어서 육십년을 살았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육십년 애도로 칠갑한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애도 못지않게 애정도 퍼부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이제 제 삶과 인연 맺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 애정이 번져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브라카다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