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은 부정될 수 없지만 몸은 육체성corporeality을 넘어선다.·······

  ·······몸은 단순히 결합되거나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연속체는 정말로 직선적인 것이 아니다. 이 경우 결합의 질은 변화한다.·······몸의 결합은 더 이상 묵시적이거나 쾌락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고통에 노출된 몸으로서·······운명을 받아들이는 도덕적 선택이·······다.·······몸 연관성의 연속체는·······나선이다.(88-91쪽)


최근 역사쿠데타의 정점에 있는 인사가 현행 교과서들을 싸잡아 매도하면서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는 기이한 발언을 해서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체 책 다’란 말은 ‘책 하나하나 모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묘하게 암시합니다. ‘보면’이라는 말은 ‘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묘하게 암시합니다. 그 무엇보다 ‘기운이 온다.’는 말은 가히 신묘하다 할 것입니다. 이는 신비주의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 아니면 도나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직관과 육감의 언어입니다. 한 나라의 중등교육과정 국사교과서 단일화, 그러니까 저들이 ‘국정화’라 말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최고위급 정치인들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언어가 결코 아닙니다.


이 언어는 몸에서 “직선적”으로 분리된 언어입니다. 유체이탈 상태에서 앞뒤 안 가린 채, 대놓고 한 말입니다. 자신의 몸으로 겪지 않고 남이 해준 말을 그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실패한 방어입니다. “기운이 온다.”고 그가 말할 때, 시민들은 “기운이 빠져 나간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름지기 한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고통에 노출된 ‘공동체의 대표’-인용자 덧붙임- 몸으로서·······운명을 받아들이는 도덕적 선택”을 해야 하건만 사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비도덕적 선택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250명을 바다에 빠뜨려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매판독재분단고착의 이데올로기로 남은 아이들 영혼을 죽이려 도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든 개인이든 그 몸의 “육체성corporeality”과 어떻게 “나선”적으로 결합 또는 분리되느냐, 하는 문제는 “고통에 노출된 몸으로서·······운명을 받아들이는 도덕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몸이 운명적으로 맞닥뜨린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증언과 치유, 마침내 자유의 서사를 써 나아가는 도덕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며, 그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선택만이 인간의 도덕입니다. 이런 진실에 터하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 전체를 모두 읽으면 집권 세력이 고통의 운명을 대다수 시민의 몸에 들씌우고 자신들의 몸은 소비와 열락의 향탕에 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들이 훔친 향탕을 되빼앗는 게 우리 목표가 아닙니다. 고통의 운명에 함께 몸담는 것이 진정한 행복입니다. 당당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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