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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ㅣ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몸의 문제는 행위action의 문제다.(83쪽)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건너가는 도중도 위험하고,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덜덜 떨며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한 점은, 인간이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의 사랑할만한 점은, 인간이 건너감이고 몰락이라는 데 있다. 나는 오로지 몰락하는 자로서만 살아가는 이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저편으로 건너가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시인 김소연이 쓴 글 <가장 합리적인 문장>에 인용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일부를 다시 인용한 것입니다. 인간은 건너감, 그러니까 “행위action” 그 자체입니다. 행위, 그러니까 “움직임은 삶을 정의하는 방식”(크리스틴 콜드웰의 『몸으로 떠나는 여행』)입니다. 삶의 정의는 결국 몸에서 나옵니다. “모든 몸의 문제는 행위action의 문제”입니다.
행위한 만큼이 삶입니다. 살아낸 만큼이 인간입니다. 인간이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냄으로써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이 되기 위하여 살아내야 합니다. 살아낸다는 것은 행위한다는 것입니다.
행위하는 몸을 은유하고 환유함으로써 말이 생겨납니다. 말을 통해 마음이 형성됩니다. 마음이 행위의 경계를 훌쩍 넘어 달아날 때 마음병이 찾아옵니다. 마음이 병든 사람은 결국 몸도 놓치게 됩니다.
매우 명민한 청년이 찾아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절제할 틈도 없이 고급 독서와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명문고, 명문대로 승승장구했습니다. 부모도 자신도 그것이 마냥 좋은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가 급전직하 우울증의 낭떠러지로 떨어진 다음에야 모두 당황하고 허둥거렸습니다. 아직도 그들은 왜 우울증이 들이닥쳤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저는 청년에게 나지막이 일러주었습니다.
“인간은 몸입니다. 몸을 따돌리고 허공만 챙기는 마음이 그대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과제 하나를 내주었습니다.
“세 끼 밥을 손수 챙겨 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