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증언 - 상처 입은 스토리텔러를 통해 생각하는 질병의 윤리학 카이로스총서 26
아서 프랭크 지음, 최은경 옮김 / 갈무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픈 사람은 질병을 이야기로 만듦으로써 운명을 경험으로 전환시킨다.(26쪽)


<너에게>


유치환


물 같이 푸른 조석朝夕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을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젊은 날 노래로 만들어 부를 정도로 애송했던 시입니다. 시에 따르자면 “운명”이란 삶의 능동적 수용입니다. 긍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경험”의 철학적 정의는 객관적 대상에 대한 감각, 지각, 내성內省 작용 전체 또는 그 과정에서 획득된 의식 내용입니다.


이야기로 만듦으로써 운명을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위대한 전형이 있습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바로 노자 『도덕경』​ 제1장입니다. 허다한 대가들의 해석과 달리 저는 이 문장을 의학적 견지에서 이렇게 이해합니다.


“도를 도 이야기로 만들면 비상한(치유의) 도가 된다. 명을 명 이야기로 만들면 비상한(치유의) 명이 된다.”


비상한(치유의) 도/명이 다름 아닌 “경험”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달여진 경험이 고통의 공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고통의 공유가 치유의 연대를 이룹니다. 치유의 연대는 지상의 연대입니다. 지상의 연대인 까닭은 개인의 아픈 운명에서 공동체의 거룩한 경험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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