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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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지배 질서는 긍정성의 빛을 발산한다. 신자유주의적 권력의 기술은 섬세하고 유연하며 스마트한 형태를 취하며, 결국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예속된 주체는 자신이 예속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그래서 그는 자유롭다고 착각한다.·······

  친절한 스마트 권력은·······억압적이기보다 유혹적인 권력이다.·······

  ·······오늘날 자유의 위기는 자유를 부정하고 억압하기보다 자유를 착취하는 권력을 상대해야 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자유로운 결정은 미리 정해져 있는 가능성들에 대한 선택으로 전락한다.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28-31쪽)


본디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다 딸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자마자 없애버려 집에서는 거의 볼 기회가 없습니다. 한의원은 늘 켜져 있는 상태입니다. 오가며 힐끔거리다가 요즘은 유심히 들여다보곤 합니다. 사람과 사회 돌아가는 꼴을 있는 그대로 읽는 데 ‘딱’입니다.


TV를 흐르는 프로그램의 주류는 강박적이고 선정적인 국정교과서 뉴스, 사회의 지배적 트렌드를 홍보하는 통속 드라마, 닥치고 먹는 이야기, 개나 소나 나와서 떠드는 건강 이야기, 일상까지 드라마로 격상시키며 노닥거리는 연예인들 이야기, 그리고 눈 벌개지는 돈 이야기입니다. 이 가운데 돈 이야기가 단연 “유혹적”입니다. 그 무엇보다 유명 연예인들 동원해서 쉽게 돈 빌려준다고 손짓하는 이른바 제3금융권, 그것도 일본 야쿠자의 검은 돈과 결부된 대부업체의 광고야말로 약탈적인 우리사회의 진면목을 드러내줍니다.


원하기만 하면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최소 3백만 원의 돈을 뚝딱 손에 쥘 수 있는 이 세상이란 얼마나 “친절”하고 “긍정”적인 것인가.


미리 정해져 있는 가능성들에 대한 선택”을 해놓고도 “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예속된 주체”에게 이렇게 “섬세하고 유연하며 스마트한” 지상천국은 다시없습니다. “오늘날 자유의 위기”가 그 무엇보다도 타개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매판자본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으면서 독립된 민주국가의 시민이라고 굳게 믿는 바로 그 사람들의 가짜 자유가 대한민국을 지상의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미리 정해져 있는 가능성들에 대한 선택”으로서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백범 김구를 테러리스트로, 유관순을 여자 깡패로, 이승만을 국부로, 김대중을 김정일이 심은 간첩으로 둔갑시킵니다.


쉽게 받아든 돈 3백이 약탈의 종자돈이듯 그 사람들이 누리는 이 축복이 머지않아 저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는 이미 늦습니다. 깨달음의 지연을 흔히 역사의 심판이라 미화합니다. 역사의 심판으로 살해당한 목숨이 살아 돌아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깨달음의 적기는 항상 지금 당장입니다. 오늘 이 땅의 예속된 주체에게 절체절명의 화두는 오직 이 하나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


할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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