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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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날 디지털 심리정치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디지털 심리정치는 수동적 감시의 시대에서 능동적 조종의 단계로 전진하는 중이며, 이로써 우리를 더 깊은 자유의 위기 속으로 빠뜨린다. 빅데이터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동력학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을 획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심리정치적 도구다. 이러한 지식은 지배를 위한 지식으로서, 이를 통해 개인의 심리 속에 파고들어 반성 이전의 층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능해진다.

미래가 열려 있다는 것은 행동의 자유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인간 행동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로써 미래는 계산하고 조종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디지털 심리정치는 자유로운 결정의 부정성을 관계의 긍정성으로 탈바꿈시킨다. 인간 자체가 긍정화되어 양화하고 측정하고 조종할 수 있는 사물이 된다.·······빅데이터는 인간의 종언, 자유의지의 종언을 선포한다.(24-25쪽)


어린 아들은 늘 아버지가 무서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생각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시와 질책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매년 봄 산에 올라가 싸리나무를 베어서 자신의 가슴둘레만큼 큰 맷단을 만들어 선반에 얹어두었습니다.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그 매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최초로 아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들의 대답을 듣고 아버지는 빙긋 웃었습니다. 아들은 최초로 아버지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더 착한 아들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 날은 아버지가 잠든 아들의 일기장을 몰래 꺼내 읽기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아들은 머지않아 아버지의 진실을 알고 경악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알고도 분노할 수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전능全能한 아버지가 전지全知까지 갖추어 완벽한 초월적 권위를 획득하는 순간, 인간적·윤리적 판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입니다. 아들은 한평생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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