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정치 -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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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발적 자기착취


  스스로 자유롭다고 여기는 성과주체는 실제로는 노예에 지나지 않는다. 성과주체는 주인에 묶여 있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한다는 점에서 절대적 노예라고 할 수 있다.·······(10-11쪽)

  자본주의의 변이체인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를 경영자로 만든다.·······모두가 자기 자신의 기업에 고용되어 스스로를 착취하는 노동자다.·······(15쪽)


누구도 누구든 착취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자기 자신을, 더군다나 자발적으로 착취한다는 것은 “절대적” 도착倒錯입니다. 도착은 신자유주의의가 살포한 아편입니다. 자기 자신을 우선순위에 놓지도 않고 중심에 두지도 않게 함으로써 웃으며 제 허벅지를 베어내도록 하는 마약효과입니다. 오직 인간세상에서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존재론적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입니다.

  

  (2) 고립


  ·······홀로 고립되어 스스로와 싸우고 스스로를 착취하는 경영자의 고독이 오늘날의 생산양식을 특징짓는다.·······(15쪽)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성과주체는 고립화되고, 이로 인하여 공동체의 행위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우리 자체가 형성되지 못한다.(17쪽)


자발적으로 자기착취를 하는 노예는 당최 다른 누구와 손잡고 “공동체의 행위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자발적이므로 불만 있을 리 없습니다. 자기착취이므로 서로 도울 일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시작해서 자기 자신이 끝맺을 따름입니다. 자본의 분할통치 중심부에 바로 “고립”이 있습니다.


  (3) 우울증


  신자유주의적 성과사회에서 실패하는 사람은 사회나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실패의 책임을 돌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바로 여기에 신자유주의적 지배 질서의 특별한 영리함이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는 시스템에 대한 저항 자체가 일어나지 않게 만든다.·······신자유주의의 자기 착취적 질서 속에서 사람들의 공격성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겨냥한다. 이러한 자기 공격성으로 인해 피착취자는 혁명가가 아니라 우울증 환자가 된다.(17쪽)


신노예제사회 저주는 모든 노예들을 우울증 환자가 되게 함으로써 완성됩니다. 2020년 이른바 선진국에서 가장 중대한 건강 문제가 우울증이 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 발표는 의미심장합니다. 우울증은 자발적 자기착취가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준엄한 병리입니다. 자기착취의 종착역은 자기살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들이 스러지면 주인도 스러집니다. 절대 유일신도 스러집니다. 그 “특별한 영리함”도 스러집니다. 여섯 번째 대멸절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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