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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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두려움의 경험에서 옵니다. 두려움은 인간의 근본 조건입니다. 근본 조건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피할 길 없는 대상은 직면하고 맞아들여 온전히 살아내야 합니다. 온전하게 함께 살려면 불안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불안에 귀 기울이면 불안이 건네주는 생의 전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생의 전언대로 극진히 나아가면 불안은 격정으로 증폭되지 않습니다. 격정으로 증폭되지 않는 불안은 충분히 귀중한 생의 일부입니다.


온전히 자유로운 개인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 자유로운 개인이 어느 날 국가가 이백오십 명의 아이들을 바다에 빠뜨려 죽이는 장면을 TV 화면을 통해 봅니다. 두려움이 들이닥치고 절망이 덮쳐오고 슬픔이 밀려드는 급박한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고 맙니다. 그 순간 이후 자유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울울한 불안이 온 영혼을 점령해버렸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불편함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484일이 지나도록 숨 막히는 악몽이 떠나가지 않습니다.


불안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는 국가에 종속된 민중에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불의한 권력과 탐욕스런 자본, 그리고 타락한 종교가 담합하여 국민을 두려움과 불안으로 몰아넣는 현실에서 개인은 개인일 수 없습니다. 개인의 정서는 없습니다. 개인의 격정은 없습니다. 개인의 정신장애는 없습니다. 불안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안의 병리는 개인의 병리가 아닙니다. 불안에서 오는 질환은 개인의 질환이 아닙니다. 불안은 공공의 문제입니다. 불안은 대한민국이라는 생명공동체 전체의 문제입니다.


각자도생의 치유와 행복을 넘어 공적 참여로 여는 생명연대가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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