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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평점 :
오늘날의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주체의 불안이 완전히 제거된 상황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가시화하려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이 가시적이라고 웅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군가가 등 뒤에서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혹은 정체를 폭로해 제거해야 할 적이 숨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101쪽)
이 글을 다음과 같이 바꾸면 어떨까요?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조작하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등 뒤에서 세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혹은 정체를 폭로해 제거해야 할 적이 숨어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주체의 불안이 완전히 제거된 상황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가시화하려 한다.
우리 현실과 더 잘 부합하지 않나요?
없애려는 노력에도 불안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실은 없애려고 노력하는 듯 보이는 기만 전략을 씀으로써 도리어 불안이 본질인 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등 뒤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을 “비가시화”하기 위해 “불안이 완전히 제거된 상황을 만들어” 전시하고 “불안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모든 것을 가시화”하는 협잡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정통성 없는 권력은 불안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도덕성 없는 자본은 불안으로 돈을 결집시키고 있습니다.
불안을 공존의 근거로 삼지 않고 각자도생의 계략으로 써서 오로지 제 주머니만 채우는 무리에게 국가를 맡겼기 때문에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불안은 더 이상 심리 상태가 아닙니다. 불안이 선거의 왕입니다. 불안이 권력입니다. 불안이 국가 그 자체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①대한민국은 불안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불안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불안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