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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평점 :
평화의 왕국을 위해서 사물들은 아주 조금만 옮겨지면 된다. 이러한 최소한의 변화는·······사물들 자체 내에서가 아니라 사물들의 가장자리에서 일어난다.(41쪽)
“사람 안 바뀐다.”
매우 익숙한 말입니다. 상담으로 마음병을 치료하러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진리’입니다.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모르지만 최대한 3% 정도의 변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서구이론이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상담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3%도 필요 없습니다. 딱 1%만 바뀌면 평화롭게 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거기가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마음자리가 “아주 조금만 옮겨지면” 우리 삶에 “평화의 왕국”이 도래합니다. 가령 마음에 우울의 어두운 그림자가 번져오고 있을 때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울을 적대시敵對視하거나 도외시度外視하면 마음의 평화가 깊고 넓게 깨뜨려집니다. 직시直視하면 떨림과 흔들림 속에서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좋다 싫다, 크다 작다, 하는 생각을 개입시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직시입니다. 이는 마음자리가 “아주 조금만 옮겨지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시에 다다르지 못하는 까닭은 문제된 마음의 중심, 그 심연에서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변화란 언제나 “가장자리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가장자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몸과 닿는 부분, 그러니까 말이 바로 마음의 가장자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우울이 번져온다는 것을 느낄 때 그 즉시 알아차리고 소리 내어 말하면 그 즉시 우울에는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 금은 빛이 들어갈 수 있는 틈입니다. 틈으로 빛이 들어가면 변화의 꽃이 핍니다. 변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배어나오는 말을 가감 없이 소리로 드러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말해진 우울은 그 진동수를 따라 몸에 공현을 일으킵니다. 공현은 몸과 마음을 일치시킵니다. 몸과 마음의 일치가 다름 아닌 치유입니다. 몸과 마음이 일치되면 두려움은 더 이상 병의 물길로 흐르지 않고 건강한 삶의 감각으로 흘러갑니다. 소리 내어 한 번 말해보실까요? 이렇게,
“사람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