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늙어감에 대하여 - 저항과 체념 사이에서 ㅣ 철학자의 돌 1
장 아메리 지음, 김희상 옮김 / 돌베개 / 2014년 11월
평점 :
몸은 가지지 않아야 완전히 소유한다. 다시 말해서 느껴지지 않는 몸이 건강하다.(53쪽)
日出而作 日入而息
일출이작 일입이식
鑿井而飮 耕田而食
착정이음 경전이식
帝力於我何有哉
제력어아하유재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네.
우물 파서 물마시고, 밭 갈아 밥 먹네.
임금 힘이 내게 어찌 미치리.
요堯임금 통치시대의 격양가擊壤歌, 그러니까 땅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선정이 베풀어지는 사회에서는 백성이 임금의 존재조차 알 필요도 없이 태평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할 때 늘 인용되는 것이 바로 이 격양가입니다.
요즘 우리는 정반대로 통치자의 존재를 알리려 광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잘못한 것은 덮어서 비틀고 잘한 것은 뻥 튀겨서 마치 통치자 한 사람을 위해 온 백성이 존재하는 것인 양 날뛰는 무리들 때문에 잔잔할 겨를이 없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정당하지 않은 권력을 지키고 그 권력에 깃들어 제 곳간을 채우기 위함입니다. 저들의 전방위적준동 그 모든 것이 거대한 토건土建입니다. 젖먹이 아기에서 죽음 앞의 노인까지 백성의 사소한 일상 깊숙하게 권력의 ‘갑질’이 들쑤시고 들어가 돈 바람을 일으키도록 몰아치는 것입니다.
백성은 결마다 겹마다 몸서리치도록 권력을 느낍니다. 백성은 결마다 겹마다 몸서리치도록 돈의 힘을 느낍니다. 느낄수록 부질없는 소유욕망이 몸부림치기 때문에 삶은 아프고 아픕니다. 국민 ‘멘토’가 넘쳐나고 개나 소나 ‘힐링’을 떠들지만 번지는 것은 공포와 우울입니다.
우리가 이 판국에 요堯까지야 바랄 리 있겠습니까. 임금 힘이 미치더라도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는 삶에 자조自嘲 없는 나날이면 좋겠습니다. 임금 힘이 미치더라도 우물 파서 물마시고, 밭 갈아 밥 먹는 삶에 자조自嘲 없는 나날이면 좋겠습니다. 애쓰며 사는 동안 눈물 흘릴 수야 있겠지만 스스로 비웃고야 어찌 살아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스스로를 비웃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면 우리 삶을 돌아보고 느껴지는 바를 추상같이 알아차려야만 합니다. 병든 몸이 각 장기臟器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듯 고난에 찬 백성은 통치자의 권력을 강하게 느끼는 법입니다. 장기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이미 그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이듯 통치자가 그 권력을 강하게 드러내면 이미 그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장 아메리의 진실은 우리에게 이런 대구對句를 건넵니다.
帝力於我此悍哉
제력어아차한재
임금 힘이 내게 이리도 사납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