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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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집단적·근본적으로 중요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의 증인이었다. 예기치 못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 사건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일어났다. 이것은·······그러나·······복종을 이끌어냈고, 파국이 닥칠 때까지 칭송되었다. 사건은 일어났고 따라서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이다.

  ·······불관용과 권력에 대한 욕망, 경제적 이유,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광신, 인종적 마찰 등이 발생시키는 폭력이 난무하는 조류 속에서 미래에 면역성이 있다고 보장할 수 있는 나라는 소수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벼리고 있어야 하며 예언자들과 마법사들, 또한 타당한 이유들의 밑받침이 없는 “아름다운 말들”을 말하고 쓰는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한다.(247-248쪽)

 

 

오늘 우리에게 느닷없이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이것을 과연 누구 이야기로 들을 수밖에 없을까요?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집단적·근본적으로 중요하고 예기치 못한 사건의 증인이었다. 예기치 못한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예견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이다. 이 사건은 모든 예상을 뒤엎고 일어났다.

 

구태여 대답할 필요조차 없이 자명합니다. 문제는 모르는 채, 아니 모르는 체 한 채, “불관용과 권력에 대한 욕망, 경제적 이유, 종교적이거나 정치적인 광신·······등이 발생시키는 폭력이 난무하는 조류 속에서” “타당한 이유들의 밑받침이 없는 “아름다운 말들”을 말하고 쓰는 사람들을 믿”는 자들이 알고도 속수무책인 사람들을 제압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저들은 거짓말과 폭력으로 공포에 떠는 이웃의 “복종을 이끌어냈고” 자신의 주인을 “칭송”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저들은 이 파렴치한 짓을 앞으로도 강고하게 계속할 것입니다.

 

파국이 닥칠 때까지”!

 

파국은 그러면 언제 닥칠까요? 우리가 “우리의 감각을 벼리고” 그 감각을 용기로 달여 내지 못하는 한 파국은 결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들은 언제라도 “모든 예상을 뒤엎고” “또다시” 사건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각의 날은 기억의 숫돌로 갈아서 벼립니다. 기억을 찰나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찰나마다 새로워지는 기억이 벼려 내는 감각에서 무서움과 두려움을 끌어안고 칠흑의 바다, 저 진실의 심연으로 한 걸음 내디디는 용기가 우러날 것입니다. 침묵 아니면 막말로 일관하는 '야차'에게 닥치는 파국은 깨어서 행동하는 '사람'이 열어젖히는 새벽과 동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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