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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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 금지된 나라에서는, 또 그런 시대에는 다른 모든 자유도 곧 시들게 된다. 토론은 영양실조로 죽게 되며, 타인의 견해에 대한 무지가 만연하고 강요된 견해들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비관용은 검열의 경향을 띠고, 검열은 타인의 논리에 대한 무지, 즉 비관용 자체를 증폭시킨다. 이것은 깨기 어려운 단단한 악순환의 고리이다.(124쪽)

 

급기야 서북청년단 재건. 점입가경입니다. 아니 화룡점정입니다. 저는 이승만 시대에 태어나 박정희를 보면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노년에 접어들면서 박정희 망령이 귀환하더니 이제는 이승만 망령이 귀환합니다. 저주의 심메트리symmetry.

 

"타인의 견해에 대한 무지가 만연하고 강요된 견해들이 맹위를 떨치게 된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는 저 하수인들은 자신의 이른바 반공주의가 어떻게 이 땅에 자리 잡은 이데올로기인지 알지 못합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부와 권력을 거머쥔 매판독재세력이 자기 정체를 감추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게 ‘빨갱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매판 과두의 노예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합니다. 나를 알지 못하는데 어찌 남을 알 것입니까. ‘빨갱이’라고 몰아버리는 순간 이미 상대방은 인간이 아닌데 어찌 인간 아닌 존재의 생각에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까.

 

‘빨갱이’ 잡겠다고 날뛰는 저들은 착각이나마 그래도 정의와 명분을 내세웁니다. 엊그제 나온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새누리당 추천 위원 명단을 보면 정의도 명분도 없고 그저 두 눈 질끈 감은 채 매판 과두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겠다는 맹목적 의지만 드러나 있을 따름입니다. 세월호에서 죽은 아이들이 빨갱이인 것도 아니고 진실을 밝혀달라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공산당선언도 아닌데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부림사건’의 담당 공안검사 출신 인사를 떡하니 뽑아놓았는가 하면, 심지어 처음부터 세월호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했던 인사까지 올려놓았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경멸입니다. 조롱입니다.

 

저들이 위원회에 들어가 할 일이란 오직 ‘검열’ 뿐입니다. 날조는 이미 끝났으되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모든 조사와 해석을 사전에 흔들어 왜곡하고 은폐하는 짓 말입니다. 누구보다 그런 일에 능한 자들이며 또 그것을 알고 선발했으니 앞날에 대한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검열은 타인의 논리에 대한 무지, 즉 비관용 자체를 증폭시킨다. 이것은 깨기 어려운 단단한 악순환의 고리이다.

 

저들에게는 선순환일 터입니다. 이렇게 더 좋은 상황을 정치의 이름으로 만들어주면 서청은 이미 천명했다시피 법 밖에서 법의 비호를 받으며 공공연한 폭력을 휘두를 것입니다. 암흑이 이 사회를 뒤덮을 것입니다. 여기서 누가 무슨 자유를 꽃피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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