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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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 독단적인 오만함, 아첨에 대한 욕구, 조종간을 꽉 움켜쥐는 것, 법률에 대한 무시·······.(78쪽)

 

<회색지대>에 대한 리뷰를 마무리하고 제3장 <수치>로 넘어가려던 차 오늘 아침 신문 1면 머리기사를 읽고 잠시 멈추어 섰습니다. <회색지대> 가운데 문득 떠오른 한 부분과 내용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최근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 하나가 언론으로 흘러나와 보도되면서 불거진 문제에 대하여 현 권력집단이 공식적·본격적으로 반응하였습니다. 비서실장에게 보고까지 된 내부 작성 문서를 루머를 다룬 ‘찌라시’라 합니다. 루머를 다룬 ‘찌라시’라면서 이를 유출한 것을 국기문란이라 합니다. 국기문란의 죄를 물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요원 20명을 급거·대거 교체하면서 통상적 인사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거짓말로 또 하나의 어두운 진실을 덮으려 합니다. 진실을 덮기 위해 ‘음모론으로 모는 음모’를 대하면서 위 구절이 떠오른 것은 불과 한 찰나 뒤였습니다.

 

세상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

 

독단적인 오만함

 

아첨에 대한 욕구

 

조종간을 꽉 움켜쥐는 것

 

법률에 대한 무시

 

설명이 필요합니까. 그러면 조·중·동 신문 1면을 읽으십시오. 종편이나 MBC를 위시한 공중파 방송의 정치 분야 뉴스를 시청하십시오.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바로 이런 상태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세월호사건에 대응하는 저들의 태도를 보고 다른 증거 없이도 제노사이드임을 알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번 사건도 저들의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그 문건이 ‘찌라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거꾸로 하면 그것이 곧 증거이며 진실입니다. 저들이 이것을 모를까요. 아닙니다. 알면서 속입니다. 악의적입니다. 그 외에 달리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딱합니다. 더 딱한 것은 저들의 신도입니다. 물론 더더욱 딱한 것은 민주공화국이라 이름 하는 대한민국입니다.

 

위 다섯 문구의 표제를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붙여놓았습니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장기 독재 권력의 증후군(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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