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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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chutz-staffel, 나치 친위대) 군인들이 냉소적으로 포로들에게 마음과 같이 경고하면서 즐거워했다·······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간에, 너희와의 전쟁은 우리가 이긴 거야. 너희 중 아무도 살아남아 증언하지 못할 테니까. 혹시 누군가 살아 나간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그를 믿어주지 않을 걸. 아마 의심도 일고 토론도 붙고 역사가들의 연구도 있을 테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왜 냐하면 우리가 그 증거들을 너희와 함께 없애버릴 테니까. 그리고 설령 몇 가지 증거가 남는다 하 더라도, 그리고 너희 중 누군가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너희가 얘기하는 사실들이 믿기에 는 너무도 끔찍하다고 할 거야.·······과장된 선전이라고 할 거고 모든 것을 부인하는 우리를 믿겠지. 너희가 아니라,·······역사, 그것을 쓰는 것은 바로 우리가 될 거야.(9-10쪽)

 

이 섬쩍지근한 말들을 시 형태로 바꾸어봅니다.

 

<역사는 우리가 쓴다>

 

슈츠-스타펠Schutz-staffel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간에,

너희와의 전쟁은 우리가 이긴 거야.

너희 중 아무도 살아남아 증언하지 못할 테니까.

혹시 누군가 살아 나간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그를 믿어주지 않을 걸.

아마 의심도 일고 토론도 붙고 역사가들의 연구도 있을 테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그 증거들을 너희와 함께 없애버릴 테니까.

그리고 설령 몇 가지 증거가 남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너희 중 누군가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너희가 얘기하는 사실들이 믿기에는 너무도 끔찍하다고 할 거야.

·······과장된 선전이라고 할 거고 모든 것을 부인하는 우리를 믿겠지.

너희가 아니라,·······역사,

그것을 쓰는 것은 바로 우리가 될 거야.

 

이 섬쩍지근한 시를 우리 현실로 옮겨봅니다.

 

<역사는 우리가 쓴다>

 

정 매판 政 買辦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지 간에,

너희와의 전쟁은 우리가 이긴 거야.

너희 중 아무도 살아남아 증언하지 못할 테니까.

혹시 누군가 살아 나간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그를 믿어주지 않을 걸.

아마 의심도 일고 토론도 붙고 역사가들의 연구도 있을 테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그 증거들을 너희와 함께 없애버릴 테니까.

그리고 설령 몇 가지 증거가 남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너희 중 누군가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너희가 얘기하는 사실들이 믿기에는 너무도 끔찍하다고 할 거야.

·······과장된 선전이라고 할 거고 모든 것을 부인하는 우리를 믿겠지.

너희가 아니라,·······역사,

그것을 쓰는 것은 바로 우리가 될 거야.

 

살려달라 울부짖는 아이들 모습을 CCTV로 감상하면서, ‘인증 샷’을 찍으면서, 라면을 훌훌 불어 먹어가면서, 「우리 모두가 세월호였다」예순 아홉 시인의 시들을 쓱쓱 읽어가면서, 함께 단식하는 시민들 앞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하면서 저들은 이런 시를 썼을 법하지 않습니까. 이제 예순 아홉 시 가운데 하나를 마주 놓아보겠습니다.

 

 

<한 울음이 한 울음에게>

 

이재무

 

함 울음의 손이 한 울음의 손을 잡는다.

한 슬픔의 어깨가 한 슬픔의 어깨와 스크럼을 짠다.

울음이 울음을 불러 모으고

슬픔이 슬픔을 불러 모아

파랑 일렁이는 파도가 된다.

울음이 울음에 번지고

슬픔이 슬픔으로 번져

굽이치는 격랑의 물결이 된다.

쓸어버려라, 무너뜨려라,

한입 아우성이 된 울음과 슬픔이여!

하나의 울음은 가냘프지만

하나의 슬픔은 연약하지만

보아라,

한 슬픔이 한 슬픔의 손을 잡고

한 울음이 한 울음을 껴안는 것을!

우린 이제 기다리지 않는다.

 

오늘 2014년 11월 15일 문화예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세월호, 연장전”을 벌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부디 이들의 애씀을 통해 역사가, 진실이 저 매판 정권의 손으로 송두리째 넘어가는 일일랑 일어나지 않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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