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김행숙

 

  악몽이란 생생한 법입니다

  몇몇 악몽들이 암시했고 별빛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저녁노을의 빛과 새벽노을의 빛 사이에 별이 못처럼 꽝꽝 박히고 새파란 초승달이 돋아나 가장 어려운 각도로 서 있습니다

  휘청하는 순간처럼 달빛이 검은 천막을 찢고 있었습니다

  별이 못이라면 길이를 잴 수 없이 긴 못, 누구의 가슴에도 깊이를 알 수 없이 깊은 못입니다

  오늘 밤하늘은 밤바다처럼 빛을 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같습니다

  꿈이 아니라면 이제부터 진짜 악몽이라는 듯이 동쪽에서 번지는 새벽노을이 얼룩을 일그러뜨리며 뒤척입니다, 어디에 닿아도

  빛을 비추며 아이를 찾아야 했습니다

  서로서로 빛을 비추며 죽은 아이를 찾아야 했습니다

  어디서 날이 밝아온다고 아무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             *             *

 

  김행숙을 읽기에 

  제 서정은 여전히 통속합니다

  이 통속함이 끌어안는 여기 아이, 그러니까

  죽은 아이

  아무래도 제게는 은유가 아닙니다

  참으로 죽은 아이입니다

  이백쉰 개의 이름을 지닌

 

  이백쉰 개의 이름은

  이백쉰 날

  엄마 마음 속에 살다가

  진실, 꼭 하나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이백쉰 달

  이백쉰 해...

  길이길이

  살아갈 것입니다

  살아가게 해야 할 것입니다

 

 

* <빛>은 「에코의 초상」(2014, 문지)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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