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 아내와 딸에게 한가위날 세월호 1일 동조단식을 할까, 한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왜 하필 추석날이냐며 반대할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마치 당연하다는 듯,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듯, 감응해주었습니다. 

 

광화문에 정오까지 앉아 있다가 침을 들고 동조단식하는 시민들이 앉아 있는 곳을 한 바퀴 돌며 건강 이상 여부를 물었습니다. 그 중 단식 15일째인 사제 한 분께 수기치료를 하였습니다. 그 다음은 유가족이 모여 있는 청운동주민센터로 이동하여 역류식도염 증상 있는 유가족 한 분을 치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부 유가족이 있는 국회로 향하다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돌아섰습니다.

 

 

오후 늦게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가 단식을 마쳤습니다. 한가위날임에도 많은 시민이 더위 속에 앉아 동조단식을 하였습니다. 어둠이 내려앉기 직전 희망의 배 세월호를 만들어 하늘에 띄웠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았을 때, 우리 곁에 저 이은미가 찾아왔습니다. 가슴을 파고드는 절창에 시민의 환호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청와대도 조중동도 그 소리를 들었겠지요.

 

 

단식은 생명을 포기하는 진지한 제의입니다. 하늘 배는, 이은미는 즐거운 놀이입니다. 제의와 놀이가 이렇게 하나로 만납니다. 생사를 가로질러 민중의 한恨과 흥興이 어우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여기 대동세상이 펼펴지고 있습니다. 신명 다해 논 이은미가 진지하게 당부했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지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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