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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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도 분해되고 ‘나’도 해체된다. 없는 존재가 없는 세계를 노래하는·······것은 가능한가? 느낌의 공동체에서는 가능하다.(351쪽)

 

몇 해 전 어느 저명한 정신과의사가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자는 대체 무슨 ‘정신’으로 다른 사람의 정신을 치료한답시고 설치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이런 이야기가 우리사회에서 그다지 드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헌법기관인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헌법재판소 재판관, 국무위원들이 수많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그 직에 당선·임명되는 일은 이미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지 않습니까. 심지어,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일곱 시간 동안 현직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이 일고 있는 판국 아닙니까.

 

 

대체 어쩌다 이런 일들이 ‘대놓고’ 일어나는 사회가 되었을까요? 힘 있는 자들이 ‘나’를 구성하여 ‘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구조적 탐욕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을 쇠락의 길로 이끌어 일제에 팔아넘긴 세력이 35년 만에 국권을 도로 넘겨받은 뒤 자본과 종교를 끌어들여 나라를 더욱 강고한 사적 이익의 창출 체계로 만들어온 역사가 오늘 우리의 모습을 여기까지 오게 한 것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딱 하나입니다. 저들의 ‘나’를 해체함으로써 저들의 세계를 분해하는 것. 저들이 스스로 하지 않을 터이므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이들이 스스로를 해체하여 그 해체 바이러스가 저들의 세계를 낱낱이 분해하게 하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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