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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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당대의 의제다·······감각만으로는 역부족·······그러나 사유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감각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각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말한다는 것이다.·······해방된 감각은 그 해방으로부터도 다시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모든 혁명은 두 번 연이어 일어나야 한다.········Encore un effort pour être révolution!(299-314쪽: 사드의 말 일부를 재인용하면서 Encore의 첫 글자 대문자 바꿈, révolutionnaires의 révolution 바꿈은 인용자가 함.)

 

감각의 본능은 배반이·······(312쪽)므로 배반만이 인간다운 삶의 표지인 지금, 감각이야말로 우리의 구원입니다. 배반의 ‘촉’은 감각에서만 옵니다. 왜냐하면 그 밖의 것으로는 권력의 낌새를 제대로 알아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감각이 감각이기 때문에 감각 자체로 완성이거나 유일하지는 않습니다. 감각 또한 권력일 수 있습니다. 배반으로서 감각이 그 본능을 길이 간직하려면 스스로를 스스로 배반해야 합니다. 그것을 Encore un effort pour être révolution!, 혁명이 되기 위해 한 번 더 노력하라, 그러니까 스스로 스스로를 혁명하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부정否定의 부정否定입니다.

 

 

부정否定의 부정否定은, 흔히 긍정이라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부정否定의 부정否定은 부정不定, 그러니까 uncertainty, 더 ‘감각’적으로는 about입니다. 자유입니다. 무애無碍입니다. 향 맑은 놀이입니다. 마흔 두 날 곡기를 끊어, 내려놓음 없이 내려놓아, 거듭 해방한 감각입니다. 오늘 여기 시를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시’가 거듭 부정否定의 화신으로 누워 몰락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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