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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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의식하고 있을 때 나는 아직도 그보다 약자인 것이다.(297쪽)

 

이렇게 바꿉니다.

 

“내가 그를 의식하고 있을 때 나는 아직도 그보다 아픈 자인 것이다.”

 

언제나 마음병 앞에 서성대는 제게 이 말은 더없이 절절합니다.

 

우울장애에 시달리는 자는 약속시간 전에 나왔으면서도 그가 늦게 나타난 게 내 탓이 아닐까, 가슴이 콩닥콩닥 합니다. 건강한 자는, 그러니까 덜 아픈 자는 약속시간을 어기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갑니다.

 

사회불안장애로 신음하는 자는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두 사람이 킬킬대면 자신을 보고 그러는 게 아닐까, 가슴이 철렁 합니다. 건강한 자는, 그러니까 덜 아픈 자는 그들이 뭐라 해도 신경 끕니다.

 

매우 사소한 차이처럼 보입니다. 이 사소한 차이가 삶을 나누고 죽음을 가릅니다. 나는 일상이 꺾여 아픈 자로 묶입니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씽씽 나아갑니다. 이 차이는 좀처럼 역전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 앞에 ‘나’와 ‘그’를 세웁니다. 유민 아빠와 유민 아빠가 만나고 싶어 하는 분, 둘 중 누가 누구를 의식하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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