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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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보편성과 객관성에 대한 야망이 많지 않다. 나는 차라리 압도적인 특수성 혹은 매혹적인 주관성이고 싶다. 나에게 비평은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아름답게 말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할 때 나는 절박하다. 나는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사람이다. 많은 상처를 주었고 적은 상처를 받았다. 이 불균형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나의 삶을 나의 글로 덮어버리기 위해 썼다. 문학이 아니었으면 정처 없었을 것이다.·······”(7~8쪽)

 

위 글에서 비평이란 말 대신 시 또는 소설을 넣어 읽는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비평가가 비평을 압도적인 특수성으로, 매혹적인 주관성으로 쓰다니. 아름다움에 대한 절박함으로 아름다운 비평을 쓰다니. 형용모순처럼 들립니다. 분명한 것은 그의 고백(!)대로 그의 비평은 절박함으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쓴 아름다운 글이라는 사실입니다. 도처에 시인과 소설가의 체취가 낭자합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비평이 과연 비평으로서는 얼마나 비평다운 것일까요? 평범한 독자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제 깜냥으로는 그 대답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가만가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당최 그 자신이 특수성과 주관성의 땅에 선 사람임을 밝히고 있는 이상 보편성과 객관성의 견지에서 판단하는 일 자체가 부질없지 않은가. 이미 알고 자신의 한계, 그러니까 부조리함과 이기적임과 무책임함을 품어 안고 그에 대한 인간적 감응response으로 쓰는 비평에다 대고 완벽성을 전제한 보편성과 객관성의 기준을 들이미는 것이 허탕 치기 아니냐는 것입니다. 비평가가 아름다운 비평을 쓰는 것이 형용모순이면 불완전한 자가 완전을 전제한 보편과 객관을 말하는 것도 형용모순입니다. 비평 또한 사람의 일입니다. 이 단순한 진실이 답이 줍니다.

 

 

마음치유 또한 사람의 일입니다. 저 또한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사람이므로 상처의 불균형 덕분에 살아갑니다. 저 또한 압도적인 특수성으로 매혹적인 주관성으로 환우 앞에 서고 싶습니다. 아픔에 대한 절박함으로 아프게 1인칭 어법을 주고받으며 환우와 저는 느리디느리게 역설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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