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시인선 52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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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이문재

 

그대를 놓친 저녁이

저녁 위로 포개지고 있었다.

 

그대를 빼앗긴 시간이

시간 위로 엎어지고 있었다.

 

그대를 잃어버린 노을이

노을 위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대를 놓친 내가

나를 놓고 있었다.

 

오른손에 칼을 쥐고

부욱-

자기 가슴팍을 긋듯이

 

서쪽 하늘

가늘고 긴 푸른 별똥별 하나.

 

 

 

모든 상실은 시간의 발을 걸어 넘어뜨립니다. 넘어진 시간은 그대로 멈춰 쟁여집니다. 멈춰 쟁여진 시간은 기억의 성채가 됩니다. 기억의 성채는 상실을 가두고 가시덤불에 휘감깁니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들어오는 왕자는 내 삶에 없습니다. 내 삶에는 오직 놓은 나를 놓는 내가 있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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