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부르는 소녀 바리 단비 청소년 문학 42.195 5
김선우 지음, 양세은 그림 / 단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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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작가의 말-“우리들의 바리는·······기성의 질서에 짓눌려 자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자아 찾기의 계기로 역전시키는 존재입니다. 선언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드라운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아 오듯이 이 경계를 넘어가지요. 체제 내부에 안주하길 거부하며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리는 낯선 세상에 자신을 던지는 모험을 통해 성장합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버려져야 했던 바리공주가 험난한 여정 끝에 무조신이 되는 과정은 그대로 이 땅에 존재했던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질서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바리는 ‘버려진 존재’로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자신의 운명과 싸워 스스로를 구해냅니다. 버려진 딸이 바로 문제해결의 주인공이 되는 거지요.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운명을 개척하여 새로운 운명을 자신에게 부여한 전사 바리. 수처작주隨處作主 하는 그녀는 가장 능동적인 의미에서 아모르파티의 구현자입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한 우리는 패배하지 않습니다.

·······현실세계의 부와 권력이 자신의 진짜 행복이 아님을 알아챈 바리의 선택은 자기 자신에게 고유하게 내재하는 행복의 감각에 예민하게 깨어 있으라고 우리를 자극합니다. 권력자가 주는 보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얻어지는 수동적인 성공을 거부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는 바리는 기성 체계가 만든 어떤 제도도 규칙도 여러분을 옭아매게 하지 말라고 전하는 듯합니다. 스스로 자유롭고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한 행복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지, 성공이라고 일괄 제시되는 외부의 가치에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고 말이지요.

·······기성의 질서는 솔직히 말해 희망적이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더욱더 바리의 이야기를 청소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현실이 암담할수록 더욱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지자고 손 내밀며 우리 내면을 깨우는 바리. 버려진 존재에서 여신이 되는 바리가 온 몸으로 보여주듯이 사랑하는 자, 자신의 행복에 깨어 있는 자, 자신이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충만한지 깨닫고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자, 두려움 없이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감행하는 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질 때 희망은 자연스럽게 우리 내부에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 무한한 응원과 사랑을 보냅니다.”(206-209쪽)

 

OECD국가 가운데 청소년 자살률 1위인 나라, 청소년 10명 가운데 6명이 우울정서에 시달리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과목을 가장 많은 수업 시간을 통해 주입식으로 청소년을 가르치는 나라, 청소년이 삶의 가치 가운데 돈을 1위로 꼽을 만큼 뒤틀린 나라, 이게 대한민국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이들을 ‘통째로 내다버린’ 나라 맞습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아이라도 이 나라에서 바리데기 아닌 아니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 지선 무렵 ‘미개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 아이도 철저히 버림 받은 아이입니다. 심지어 인간다운 삶을 찾아 제도 밖으로 나가서 대안교육을 받는 아이들조차도 부조리한 국가가 아니었다면 구태여 ‘힘든 결단’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 버림받은 것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4월 16일, 급기야 국가가 3백 명의 아이들을 세월호라는 유령선에 가두어 수장시키는 일대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은 파란만장한 역사나 복잡한 사회제도의 틈바구니에서 일어난 익명적 ‘버림 사건’이 아닙니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한 집단이 기획한 ‘버림 사건’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주장하는바 교통사고는 더더욱 아닙니다. 단박에 3백 명의 바리데기를 생산해낸 정치공작입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각에도 기획·공작은 진행 중입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자, <작가의 말> 표제 문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버려지는 존재의 슬픔이 있는 한 오늘도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긍정할 수는 없으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 인간의 역사는 극소수의 권력집단이 절대다수의 바리데기를 만들어온 발자취입니다. 앞으로도 역사는 그렇게 전개될 것입니다. 바리데기 이야기는 영원히 끝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영원한 이야기가 던져주는 영원한 과제는 영원의 찰나마다 바리데기들이 스스로 깨치는 것입니다. 스스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버려졌으므로 더욱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힘이 철저하므로 내 경계를 뚫고 나가 남에게로 번져가는 삶, 그 삶, 그 살림의 따스하고도 탱탱한 감각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무도 더는 버려지지 않는 세상, 물론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니까 꿈꿉니다. 그 꿈으로 우리 바리데기들은 무장승을 만날 때까지 나아갈 것입니다. 무장승과 나누는 사랑으로 우리 바리데기들은 치유가족을 이룰 것입니다. 우리 치유가족은 언제일지 모르는 세상 끝 날까지 황천강 가에서 함께 삶과 죽음을 보듬어 갈 것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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